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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도 좋지만 앵커도 '먹고' 살아야지요!

박진호

입력 : 2008.05.07 12:13|수정 : 2008.07.13 23:21

주말8뉴스 박진호 앵커 '러시아 출장기' ③


저녁이 가까워지면 조용하게 슬금슬금 석양이 깔리기 시작하는 바이코누르는 이상하게도 필자를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일과를 끝내고 짝을 지어 거니는 젊은이들, 그리고 저녁 준비를 위해 시장을 다녀오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호텔 앞에는 제법 넓은 광장이 있었는데 건너 편에 있는 건물은 '세관' 청사라고 하네요.

        

       

해외출장을 가면 그 나라 음식을 맛보는 것도 흥미거리인데.. 한번에 맛이 갔습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해보이는 식탁에 가슴이 설레는가 싶더니 막상 입에 맞는 음식은 찾을 수가 없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맨 밑에 보이는게 항상 기본으로 나오던 샐러드, 그 위에 밥은 기름에 볶은 것 같은데 실제 맛은 기름에 절인 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왼쪽에 가려진 것이 러시아식으로 가장 많이 먹는 순대형(?)햄이고 케첩 같은 소스는 그냥 시큼한 맛이 났습니다. 주스 등 음료와 과일 때문에 식탁만 풍성하게 보일 뿐 도착 당일부터 근심은 시작됐습니다.

       


바이코누르 취재.방송팀은 현지 식당 한 곳과 계약해 일종의 '매식'을 했습니다. 식당 이름은 '성 페떼르부르크'인데 바이코누르에서는 결혼식 피로연이 많이 열리는 고급 식당이라고 합니다.  아침,저녁 식사에 참가하는 인원은 매일 줄어들었습니다. 각자 임무도 있었지만 현지 음식에 지쳐 결국 컵라면과 햇반 등의 식량(?)에 의존하는 사람이 늘어갔습니다. 하지만 가끔 나오는 양고기와 와인은 한국에서 먹으면 돈 꽤나 들어갈 것 같았습니다.

       

각자 업무가 바쁜데다 인터넷도 거의 불통이다보니 식사 자리는 정보를 고유하는 장이었습니다. 왼쪽에 흐릿하게 나온 사람이 오지 탐험 전문기자(?)인 사회부의 이강 기자, 그리고 한국 우주인 선발에 직접 참여했던 한승희 기자, 윤현진 아나운서가 보입니다. 오른 쪽에는 출연자들 분장을 담당하신 박규원 선배입니다.

       

어느 날의 아침 식사였습니다. 콩으로 이뤄진 샐러드와 찐밥이었습니다. 왼쪽의 케익 같은 것은 계란찜 같은 요리인데 제법 먹을 만 했습니다. 커피와 곁들이면 그럭저럭 아침이 때워지는데 출장 중반을 지나서는 아예 고추장 용기를 손에 들고 오는 동료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런 우리의 불만을 알았는지 식당 측은 가끔 시큼한 러시아식 스프도 제공했는데 김칫국 같다가도 가운데 뭉텅 들어간 치즈 조각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그릇과 식기로 한 그림 만드는 러시아식 식탁이 잘 보입니다. 가운데 모자 쓴 분은 영상취재팀의 태양식 차장입니다. 한마디로 '워커-홀릭'증상이 심한 분인데 한국 우주인 사업에 누구보다 열정을 보였습니다. 지금은 다소 피곤한 모습인 듯... 뒤로는 카자흐스탄 와인병이 진열된 식당 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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