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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닭·오리 팔지 말라고?"…농민들 한숨

입력 : 2008.05.06 18:20


"멀쩡한 닭을 팔지 말라니 뭔 소리여. 이거 못 팔면 돈 될게 없는데 어떻게 살란 말이여"

6일 오후 청주 육거리시장에서는 기르던 토종닭 3마리를 팔겠다며 들고 나온 70대 촌노와 이를 막으려는 축산 공무원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감염 경로가 재래시장에서의 소규모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날부터 재래시장에서의 닭과 오리 판매 행위를 제한토록 함에 따라 공무원들이 단속에 나서면서 빚어진 풍경이다.

집에서 기르던 닭을 팔겠다며 1~2마리씩 들고 시장에 들고 나온 농민은 막무가내로 버텼고 공무원들은 이 노인을 설득하느라 꽤 오랫동안 진땀을 흘렸다.

이런 풍경은 이날 5일장이 열린 청원군 문의면과 단양읍, 보은읍 등 도내 7개 재래시장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가축이 집합되는 장소와 시설'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 규정을 거론하며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공무원들의 엄포에도 촌로들은 오히려 "망할놈들"이라고 역정을 낸뒤 "때가 지나면 값을 제대로 못 받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애원하듯 한 참을 설득하고서야 자리를 떴던 농민들은 단속의 손길이 뜸해지자 다시 장터에 자리를 잡는 등 하루종일 공무원들과 숨바꼭질을 이어갔다.

단속 공무원들 역시 생계를 위해 몇 마리씩 키워 5일장에 들고 나오는 농민들의 딱한 처지를 익히 아는 처지라 강압적인 단속보다는 "당분간만 참아달라"며 애원조로 사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면서도 "무작정 팔지 마란다고 안 팔겠느냐. 소규모 사육 농가들이 원하면 시세대로 수매를 해주는 식으로 판로부터 확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민들의 지적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단속에 나섰던 모 군(郡)의 공무원은 "대규모 사육농가 위주로 방역을 하다보니 몇 마리씩 키우는 농가들이 사각지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AI가 수그러들 때까지 재래시장에서의 거래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농민들로서는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판로에 대한 대책은 없이 무조건 파는 건만 막으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현실성 없는 정부 조치를 꼬집었다.

(청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