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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이 기억하는 작가 박경리는 어떤 사람?

입력 : 2008.05.05 16:57

"작가로서의 삶, 전범 보여준 분"


"앞으로 두번 다시 만나기 힘든 큰 어른이십니다."

문인들은 5일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 씨에 대해 문학적으로나 문인으로서의 삶에서나 후배들에게 지침이 돼 준 작가라고 회고했다.

소설가 오정희 씨는 "박경리 선생님은 내가 문학소녀였던 시절부터 문학적으로 굉장히 큰 영향을 주셨고 개인적으로 알기 전에도 많이 흠모했던 분"이라며 "여성이라는 어떤 틀을 뛰어넘고 큰 문학세계를 이루셨다"고 말했다.

오씨는 "원주시 단구동 자택에 계실 때나, 토지문화관에 계실 때나 찾아뵐 때마다 책상 위에 원고지와 만년필을 항상 올려놓고 계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소설가 박범신 씨도 "선생님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후배 작가들에게 작가로서의 삶을 위한 전범(典範)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요즘 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선생님처럼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예전에 토지문화관에서 집필할 당시 밤 늦게 돌아오면 불이 다 꺼진 가운데 선생님 사저에만 불이 켜져 있어서 그 불빛을 지도로 삼아 돌아오곤 했다"며 "나에게는 그 불빛이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라고 회고했다.

시사저널 기자 시절부터 박씨를 여러번 만났던 이문재 시인은 "박경리 선생님의 말 중 '나는 남들보다 잘 대접 받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남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싶지도 않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말 같지만 되새기면 되새길 수록 무서운 말"이라며 "이것이 선생님의 문학과 삶을 지켜온 원칙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이어 "나뿐만 아니라 여러 후배 문인들이 작가로서 어떤 태도, 어떤 정신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학' 주간을 맡을 당시 '토지' 3부의 연재를 담당하기도 했던 이근배 시인은 "박경리 선생은 작품 활동에 몰두하시느라 바깥 출입을 자주하거나 외국에 가거나 하지는 않으셨다"며 "성품이나 대인관계가 사교적이거나 폭 넓지는 않았던 편"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여러 작가들이 있지만 선생처럼 오직 문학 자체에만 혼신의 힘으로 모든 역량을 쏟으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기 세종대 초빙교수는 "박경리 선생님은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의 거대한 문학적인 산맥"이라며 "항상 자기세계를 지켜오신 분이라서 곁에서 모시면서도 항상 조심스러웠다"고 기억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