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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기자, 그들은 누구인가?

유성재

입력 : 2008.04.30 15:48|수정 : 2008.05.22 22:44

사건기자 7문 7답


##들어가며

지난 주 최민수 씨 폭행 사건에 대한 글을 쓰면서 (취재가 부족했던 탓에) 기사를 쓰고, 방송 리포트로 만드는 과정을 취재파일로 썼습니다. 저희 기자들에게야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이지만, 의외로 네티즌 분들이 사건기자의 일상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사건기자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장인이라고 다 같은 직장인이 아니고,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는 아니지만,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건기자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사건기자는 누구인가?

- 사건기자는 말 그대로 '사건'을 다루는 기자입니다. 개념이 좀 애매하니 '소통'을 이해하기 위해 '소외'를 제시하듯 반대말을 들어 설명을 하고 싶은데, '사건'은 반대말이 없네요. 실무적인 차원에서 상대적인 개념을 굳이 들자면 정부(ex. 청와대)를 출입하며 정책을 취재하는 '부처 출입기자'가 '사건기자'의 대척점이라고 할까요. 예상 가능한 일정이 있어 취재 동선을 미리 짜고 움직일 수 있는 부처 출입기자와는 달리 사건기자는 오늘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 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건기자들은 취재 공간(일본어의 잔재지만 '나와바리'라고 합니다)을 뭉텅뭉텅 쪼개 가진 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취재합니다.

2. 사건기자는 무엇을 하는가?

- 일차적으로 사건기자는 자기가 맡은 취재구역의 모든 사건 사고를 취재합니다. 취재 구역을 나누는 것은 의외로 굉장히 자의적입니다. 서울 시내를 예로 들면 마포-서대문-서부-은평경찰서 등 네 경찰서의 담당 구역을 '마포라인'이라고 통칭하고 네 개 경찰서는 물론 그 안에 있는 대학, 시민단체, 지검, 지법 등을 묶습니다. 종로-성북-종암경찰서는 '종로라인', 관악-방배-동작-금천경찰서는 '관악라인', 이런 식입니다. 행정구역으로는 대개 3,4개 구(區)를 '라인'으로 담당하게 되는데 경찰서와 구(區)가 대부분 비슷한 구역을 맡고 있기 때문에 혼동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서울 밖에는 경기도경, 인천시경,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가 포진해 있습니다.

3. 사건기자의 하루 일과는?

- SBS 사건팀의 경우 각 '라인'의 일정과 발생상황을 챙겨 상부에 보고하는 시간은 7시에서 7시 30분 사이이므로, 그 전에 라인의 '1진 기자실'이 있는 경찰서로 출근해서 밤새 쌓인 팩스를 보고 조간 신문을 훑어보려면 6시 4,50분에는 기자실에 도착해야 합니다. 보고를 마치면 회사에서는 보고 내용을 모아 '편집회의'를 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현장 기자들에게 취재지시가 떨어집니다. 취재하는 내용이나 일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기 앞으로 취재지시가 떨어지면 하루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갑니다. 방송에는 화면이 필요하니까 카메라 기자와 취재팀을 꾸리고, 로고가 선명한 취재차량을 타고 현장으로 뛰어듭니다.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배경을 취재하고, 리포트용 화면을 촬영하다보면 어느새 오후가 되고, 그 사이에 먹는 둥 마는 둥 헐레벌떡 점심을 챙겨 먹습니다. 고질적인 오후의 교통정체를 뚫고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화면을 보며 기사를 구성하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기사 원고를 써 올리면 '데스크'가 기사를 다듬고 수정해서 최종 기사가 완성됩니다. 완성된 기사로 리포트 멘트를 녹음하고 촬영해 온 화면을 편집해 넣으면 리포트 하나가 탄생하죠.

4. 사건기자의 명령 체계는?

- 저도 기자지만, 기자라는 집단은 의외로 딱딱한 명령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다고는 하지만, 일정한 '상명하복'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효율적인 취재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일반적으로 앞서 설명한 '라인'에 1진과 2진 취재기자가 있고, 그 위에는 라인기자를 총괄하는 팀장이 있습니다. 팀장은 흔히 '캡'이라고 하는데요, 영어 캡틴(captain)을 줄인 말로 추정(?)됩니다. 캡은 서울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각 라인의 사건기자들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고, 방송뉴스의 사건 기사를 사회부장, 차장과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과분하게도 저는 SBS 사건팀의 부팀장을 맡고 있는데요, 부팀장은 '바이스', 즉 'vice captain'을 줄인 말로 통용됩니다.

5. 어떻게 사건기자가 되는가?

- 어느 언론사든 한번이라도 사건기자를 거치지 않는 기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만큼 보도의 원칙과 실무를 현장에서 경험하고 실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자리가 바로 사건기자입니다. 대개 입사시험에 합격해서 6개월동안의 '수습기자' 시절부터 사건기자 체험을 시작하고, 수습 딱지를 뗀 뒤에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4년동안 부서 안팎을 들락날락하면서 사건기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다른 부처를 출입하거나 메인뉴스를 떠나 심층취재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지만, 방송기자의 기본을 사건기자시절 습득하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저의 경우는 2001년에 입사해 2002년 사건팀을 거쳐 2003년에는 정보통신부를 담당한 뒤 2004년에 다시 사건팀, 2005년에는 [뉴스추적], 2006년과 2007년에는 정보통신부 출입과 인터넷뉴스팀, 그리고 올해 다시 사건팀으로 돌아왔습니다. 7년의 기자생활 동안 사건팀 경험만 올해를 합쳐 3년인데, 매번 돌아올 때마다 사건팀이 새롭습니다. 접하는 사건도 다양하고, 팀원들의 관계도 다양해 한시라도 같은 기분을 가진 적이 없어서일까요.

6. 사건기자의 보람은?

-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상을 취재하고 사람들에게 알려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일조하는 것. 언론학 개론서에서나 볼 만한 문구지만, 기자의 보람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건기자는 위에서 말한 '사회의 현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기자입니다. 최일선 수사 현장과 참혹한 사고 장소를 누구보다 먼저 찾아가고, 생생한 화면과 인터뷰를 끌어 내는 것이 사건기자입니다.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지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하며 생방송을 하기도 하고, 무참히 살해된 어린아이의 시신 발굴 현장에서 안타까운 기분을 애써 눌러가며 생중계를 하는 것도 사건기자입니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하고도 사실을 은폐하기에 바쁜 공권력을 준엄하게 꾸짖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달픈 사회적 약자의 삶에 가장 먼저 카메라를 비추는 것도 사건기자입니다. 물론 마음처럼 잘 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만들어 낸 보도가 시발점이 되어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되는 그 자리에 사건기자의 보람이 있습니다. 얼마전 SBS 사건팀 선후배들이 고생해서 특종보도한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부랴부랴 현장을 찾고, 경찰이 어린이 보호방안을 마련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물론 이 과정에서 다른 언론사보다 한 발 빨리 단독으로 보도하는 것에, 변화를 이끌어 낸 것 만큼의 '짜릿한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7. 사건기자 단어장

- 끝으로 사건기자라면 매일 듣고 말하지만 네티즌 여러분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를 몇 가지 단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정리하고보니 모두 '일본어'의 잔재라서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단어 자체에 사건기자의 일상이 '진득하게' 스며들어 있다보니 어느덧 기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은어'로 자리잡은 말들입니다. 현대적인 개념의 '언론'이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시점이 일제 강점기였기 때문에 벌써 100년 가까이 통용되고 있는 셈인데요, 이미 익숙해진 탓에 어쩔 수 없이 이런 단어를 입에 올리기는 하지만, 어찌보면 슬픈 역사의 그늘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부 일본어 한자는 우리 상용한자로 표현할 수 없어 일본 글자인 히라가나 그대로 옮깁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a) 사스마리

- 일본어로 경찰을 뜻하는 찰(察)의 발음인 '사쯔(さつ)'와 '돌다'를 뜻하는 '마와루'(回る)의 명사형 마와리(回り)가 합쳐진 '사쯔마와리'가 변형된 말입니다. 경찰을 도는 기자, 즉 경찰출입 사건기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b) 하리코미

- 일본어로 '하리코무'(張りこむ)에는 '잠복하여 감시하다', '망보다'의 뜻이 있습니다. 마치 경찰처럼 취재 현장에 오래도록 잠복하면서 취재활동을 하는 것을 '하리코미'(張りこみ)라고 합니다. 경찰의 잠복 수사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워서 사건기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말로 꼽힙니다.

c) 나와바리

- 일반인들도 종종 쓰는 이 말은 일본어로는 なわ張り라고 씁니다. 원래는 건축 부지에 줄을 쳐서 건물의 위치를 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사건 기자에게는 한 기자가 담당하는 취재 구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d) 도쿠다이

- '특종'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하리코미'와는 달리 사건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죠. 특종은 일본어로 '도쿠다네(とくだね)라고 하는데 뒷부분이 우리말로 발음하기 쉽게 변형된 것인지 아니면 '제목'을 뜻하는 제(題, だい)가 쓰여 '도쿠다이'가 된 것인지 확신이 가지 않네요. (연구결과라도 있나 찾아봐야겠지만, 왠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단, 현재 일본에서는 한자어인 '도쿠다네' 대신 영어단어 스쿱(scoop)에서 차용한 스쿠-프(スク-プ)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통용됩니다.

e) 가케모치

- 두개 이상의 일을 겸임하거나, 두 지역을 한 사람이 함께 담당하는 것을 '가케모치'라고 합니다. 일본어로 掛け持ち라고 쓰고, 뜻은 그대로 '겸임'입니다.

 

  [편집자주] IT분야에 전문성이 느껴지는 유성재 기자는 2001년 SBS에 입사해 정보통신부 출입기자와 인터넷뉴스팀 기자로 다년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사회2부 경찰기자팀의 부팀장격인 '바이스캡'으로 활약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