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너피 '아빠' 된다
옥수수수염차를 마신듯 V라인을 자랑하는 얼굴선에, 군살없이 미끈하게 빠진 몸매, 까맣고 윤기나는 생머리(?)까지 흩날리는 스너피..
그 어떤 수식어보다 '스너피' 앞에 가장 먼저 붙는 말은 '세계 최초의 복제견'이겠죠..
지난 2005년 4월 태어나, '복제견'이 맞느니 아니니 하며 그 정체성을 두고 논란도 많았었는데요.
떳떳하게 '복제견이 맞다'는 판정을 받고 건강하게 잘 자라 올해로 벌써 3살이 됐습니다.
스너피의 생일인 4월 24일, 수의대에서는 이 녀석 생일 파티가 열렸습니다.
3살이면 사람 나이로 쳤을 때 20대를 넘는 성인 나이.. 일종의 성인식을 하는 셈입니다.
수의대 정원에서 펼쳐진 파티에 등장한 스너피는 어른이 돼서인지 아주 의젓해 보였습니다.
긴 목을 꼿꼿하게 세운채로 멋진 워킹을 선보이며 나타나더니.. 생일 케이크 주위를 한바퀴 돌아주는 여유도 보였습니다.
복제동물은 수명이 짧다..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할 거다..
그런 논란 속에서도 성인이 되기까지 잘 자라온 스너피..
성인이 된 것 말고도 또 한 가지 축하할 일이 있답니다.
바로.. 다음 달이면 아빠가 된다는 것입니다.
스너피 새끼들의 엄마는 '보나'와 '호프'..
스너피보다 일 년 늦게 태어난 두 살 배기 암컷 복제견들입니다.
사실 '스너피의 여자친구'로 태어난 암컷 복제견은 '보나', '호프', '피스' 세 마리인데요.
임신을 할 수 있는 발정이 난 암컷이 '보나'와 '호프' 두 마리여서 이들이 '스너피 2세'의 엄마가 되게 됐습니다.
만약 출산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로 복제견의 새끼가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복제견의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세계 최초 개'라는 수식어를 갖게되는 거죠.
이번 연구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연구팀이 하고 있습니다.
복제견의 정상적인 성성숙과 자연번식 연구의 일환이었던거죠.
연구팀은 '보나'와 '호프'의 첫 발정기가 온 지난 3월,
스너피에게서 정자를 채취해 내 '보나'와 '호프'의 자궁에 주입했습니다.
'보나'에게는 자궁에 직접 정자를 주입했고, '호프'에게는 내시경을 이용해 정자를 밀어넣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4월 11일, 연구팀은 수정란이 형성돼 '보나'와 '호프'의 자궁에 안정적으로 착상된 사실도 초음파 검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사실 개는 발정주기가 6개월 정도로 길어서 정자, 난자를 빼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개의 난자는 배란이 되고 난 뒤 3일 정도가 지나야 성숙되기 때문에 정자를 주입하는 시기를 맞추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배란을 확인한 뒤 계속해서 호르몬 검사를 통해 성숙 정도를 알아야 하니까요.
또, 개의 자궁은 'ㄱ'자 모양으로 꺾여있어서 정자를 넣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스너피', '보나', '호프' 모두 복제견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개처럼 정상적인 성성숙의 과정을 거칠까가 관건이었다는데요.
전혀 문제없이 정상적인 발정기가 찾아왔고, 이번 임신도 가능했던 것입니다.
현재 '보나'와 '호프'는 임신 한 달째..
개의 임신 기간은 60일 정도니까, 한 달 정도 더 지난 5월 20일을 출산예정일로 받아놓고 있습니다.
임신을 한 어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보나'와 '호프'는 활달한 모습이었습니다.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고 흥분도 하고, 정원 주위를 전력질주할 정도였으니까요.
워낙 날씬한 아이들인지라 배도 별로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요.
하지만, 상당히 발달한 유선의 모양을 보니 '임신부'가 맞긴 맞더라고요.
'보나'와 '호프'의 초음파 검사 시간, 취재진이 따라 들어가 새끼들의 상태를 함께 봤습니다.
아직 몇 마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여러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 뱃속에서 탯줄에 매달린 채 꼼지락거리고 있더군요.
심장도 쿵쾅쿵쾅 뛰고 있고, 제대로 모양이 잡힌 척추도 사진 속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조그마한 머리 쪽에 앞발을 모으고 있는 놈도 있었습니다.
초음파를 통해 확인한 새끼들은 모두 이상없이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에서는 크게 보일지 몰라도, 지금 정도면 엄지 손가락 크기만 할 때라고 합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날 때쯤이면 어른 손바닥 만한 크기로 큰다고 합니다.
이제 출산일이 다가오면 연구팀은 엑스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새끼가 몇 마리나 있는지 확인한 뒤에 분만 방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될 수 있으면 자연분만을 택하려고 하는데, 혹시 새끼가 여러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일 경우에는 난산일 수 있어 제왕절개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개는 보통 임신을 하면 서너 마리를 임신하는 것이 보통인데, 한 마리만 있을 경우엔 혼자 모든 영양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덩치가 커져 자연 분만이 어렵다고 하네요.
'스너피 주니어'들에게 가장 걱정이 되는건 기형이 태어나는 건데요.
초음파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었다는 데 연구팀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일단 새끼들이 무사히 태어나면 연구팀은 부모와 DNA 비교 검사를 해서 '정말 스너피와 보나, 호프의 아이가 맞는지'부터 검증해야 합니다.
워낙 '복제견'에 대해선 의심의 눈초리가 많기 때문에 꼭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그 다음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일단 복제견의 새끼인 아가들은 '복제견의 정상성'의 연구에 활용되게 됩니다.
또, 이번 스너피의 사례를 통해 복제동물의 자연번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이 되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보존이나 난치병 치료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장애인 안내견이나 마약탐지견처럼 우수한 능력을 지닌 개체만을 복제해 증식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우수한 유전 형질을 갖고 있는 동물끼리 교배를 하게 되면 그 유전 형질이 그대로 후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또다른 복제를 거치지 않더라도 똑같은 능력을 가진 동물들이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세계 최초 복제견 번식으로 기록되려면 연구팀은 논문을 제출하는 것은 물론, 공식기관에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논란'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선 전문가들의 엄격한 검증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제 저희 취재팀이 할 일은 보나와 호프가 한 달 동안 탈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빌어주는 일입니다.
또, 스너피와 보나, 호프를 닮아 건강하고 예쁜 새끼들을 안전하게 낳기를 바랄 뿐입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쏟아지는 5월, 저희 취재팀은 봄처럼 예쁜 '스너피 2세'의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주] 권란 기자는 2005년 SBS 보도국에 입사해 사회부 검찰 출입기자를 거쳐 현재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경찰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로 계속해서 좋은 기사를 전해드리겠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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