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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코누르 '갈색의 대지' - 러시아 출장기 ①

박진호

입력 : 2008.04.24 18:05|수정 : 2008.07.16 21:42


20일간의 러시아 출장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나를 반겨주던 딸 애가 너무 부쩍 커버린 느낌에 당황했습니다(?) 평소 퇴근길의 술자리에서 취중에 누군가에겐가 꼭 실수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술 깬 다음 날을 하루 종일 우울하게 하는 것처럼,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 내내 몸을 뒤척였습니다.

돌아와서 인터넷 반응을 보곤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한국 우주인에 환호하는 분들, 격려하는 분들,  시큰둥한 분들, 부정적인 분들, 비난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소연 언니'를 외치는 동네 어린이들을 보곤 이내 안심했습니다. '아이들이 저리 좋아하니 그러면 됐지 않나' 싶어서... 2008. 4.24 

* 많지도 좋지도 않지만 현지에서 사진 찍은 것들이 있어 올려봅니다. '취재기'라고 하기엔 취재를 못했고, 내 맘처럼 '방랑기'라기엔 너무하고, '출장기'로 하겠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하루를 보내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먼저 간 팀들이 환경이 열악하다고 전해온 데다 닥쳐올 격무에 모두들 걱정스런 모습이었습니다. 오른 쪽에 여러분 좋아하시는 윤현진 아나운서가 보이고 그 위에는 김희철 조명감독, 맨 우측 얼굴만 보이는 사람은 취재팀의 막내 정유미 기자입니다.

        

바이코누르는 현지어로 '갈색의 대지'라는 뜻입니다. 고도가 높을 때는 모래구덩이가 마치 골프장의 벙커처럼 보이는데 내려와보니 잡초 뿐인 황막한 땅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지만 소유즈 우주선의 착륙에는 그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코누르 공항의 첫 느낌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온 '콘 에어'에 나온 폐쇄공항 같았습니다. 하지만 권위주의의 잔재가 느껴진 모스크바보다는 세관 출입직원들은 순박하고 친절했습니다. '여기 와 본 사람은 정말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항 입구를 표시한 것인지 아니면 바이코누르임을 표시한 것인지 황당하면서 강렬한 조형물입니다. 6.25 때 사용됐을 듯한 미그기를 통째로 세워놓은 듯 이곳이 오랫동안 군사시설이었음을 알려줍니다.

지금까지 13개국이 바이코누르에서 우주인을 배출했습니다. 큰 의미는 없겠지만 우리는 바이코누르에서 첫 우주인을 배출한 14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발사를 10일에서 2주일 정도 앞두고 우주인들은 모스크바 근교의 스타시티 훈련센터에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이곳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로 이동하는데, 비행기로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인데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폐한 땅 뿐입니다.

외경만 보면 황폐한 공업지대 같은 분위기죠.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가 유명한 관광지 성격이 있다면, 바이코누르는 최근까지도 엄중한 군사보안 지역이었습니다.

서울의 약 11배 넓이의 사막지대로 카자흐스탄 남부 아랄해 부근에 위치하며 모스크바에서는 약 2,100 Km 떨어져 있습니다. 1956년부터 운영됐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우주기지'입니다.

인류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한 보스토크호 등 러시아 주요 우주선이 대부분 이곳에서 발사됐습니다. 옛날에는 이름이 '레닌스크'였는데 1995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이름을 '바이코누르'라고 바꿨습니다.

1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는 평원지형이라 우주선 발사기지로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맑은 날씨가 1년에 320일이나 된다고 하는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를 보이는데 연중 '건기'가 계속되면서 도심 거리를 모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찾은 4월의 날씨는 일교차가 매우 심한 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