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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특검 전원 불구속 기소 '고육지책'

입력 : 2008.04.17 16:09

형평성 논란 부를듯…로비의혹은 '면제부 수사' 비판


조준웅 삼성의혹 특별검사팀이 17일 이건희 회장 등 관련자 10명에 대해 '전원 불구속 기소'라는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회장과 전략기획실의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에게는 각각 계열사에 끼친 손실이 크고, 포탈한 세액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와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특검 스스로 배임 이득액 및 포탈세액이 천문학적 거액인 '중죄'라고 밝히면서도 관련자를 모두 불구속 기소한 이유를 설명한 대목과 로비의혹 수사를 내사단계에서 종결한 이유를 해명한 부분은 궁색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전원 불구속 기소 '고육지책' = 특검이 의혹 관련자를 모두 불구속 기소한 것은 재계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비난 여론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삼성의 영향력과 사회 공헌도 등을 감안해 선처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배임죄는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중대 경제범죄인 점, 천문학적 액수인 1천억원대의 조세를 포탈한 점 등을 감안하면 '전원 불구속 기소'는 여타 사건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을 전망이다. 특검도 재벌에 약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물론 특검은 이번 수사에서 이건희 회장을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비자금의 경우 '차명재산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라는 삼성측 주장을 수용,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이 회장이 이재용 전무에게 그룹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에버랜드 사건'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서도 이 회장의 지시는 없었고, 보고를 받은 뒤 승인했다는 점만 인정했다.

불법로비 의혹의 경우 증거없음 등을 들어 모두 내사종결 처분했다.

내사(內査)는 아직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 단계에서 행해지는 수사 기관의 조사활동으로 '수사의 전 단계'여서 특검팀이 본격 수사를 하지도 않고 덮은 셈이다.

특검법상 수사기간 안에 수사를 끝내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사건은 관할 지검에 인계할 수 있지만 특검은 '미진한 의혹'도 검찰로 넘기지 않았다.

◇ 삼성특검도 '무용론' 대열에 끼나 =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옷로비 사건의 '쌍끌이' 특검으로 시작한 특검 제도는 모두 8번 운용됐다. 9년 동안 거의 매년 한 차례씩 특검 수사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 특검은 시작일 기준으로는 역대 7번째, 종료일 기준으로는 'BBK 특검'에 이어 8번째다.

하지만 역대 특검 중 국민적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준 것은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와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을 구속하는 성과를 낸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 정도밖에 없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일반적 평가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2003년),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2005년) 특검은 대부분의 의혹을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내려 '속 빈 강정'이라는 평이 나왔다. 대북송금 특검(2003년)은 박지원 전 장관을 기소했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돼 결론적으로 혼란만 가중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이 때문에 예외적 제도인 특별검사가 너무 쉽게 가동되고 있고 특히 정치권에서 정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해 법을 도구화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삼성특검팀이 99일 간의 수사 끝에 이건희 회장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비자금 등 몇몇 핵심 대목에서는 아쉬움을 남겨 놓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무용론이 일지 관심거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