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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선진국, 앞다퉈 국제우주정거장 왜 가나

입력 : 2008.04.14 15:47|수정 : 2008.04.14 15:47

초진공, 미세중력 실험조건…우주신기술 선점 경쟁


한국 첫 우주인 탄생이 '260억원짜리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미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우주 선진국들은 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가면서 우주로 향할까?

아직 유인우주 기술은 없지만 일본도 지난 10년간 30억달러(2조7천8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 유인 우주실험 시설인 `키보(KIBO)'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쏘아 올린 상태이다.

1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초진공, 미세중력(무중력)의 조건을 갖춘 우주환경은 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구에 비해 물리, 화학, 신소재, 의학, 생명과학, 우주 및 지구과학 등 기초.응용과학 전반에 걸쳐 유리한 실험조건을 제공한다.

원유 정제를 비롯해 탈취제, 건축자재, 이온교환제 등 산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제올라이트(沸石:zeolite)의 경우 ISS에서 많이 실시한 과학 실험의 하나로 지상에서도 실리콘과 알루미늄을 함유한 알칼리 용액을 섭씨 100도로 가열하면 제올라이트 입자를 만들 수 있지만 중력 때문에 입자가 고르지 않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다.

하지만 미세중력(무중력)인 우주정거장에서는 생성된 입자가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같은 모양, 같은 크기의 입자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승한 우주인 이소연씨도 9박10일간 머무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제올라이트 결정 관련 실험을 진행한다.

반도체의 경우도 실리콘 소자가 중력의 영향 등을 받지 않게 되면서 지상보다 100배 이상 빠른 칩의 생성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일본 최초의 우주인인 모리 마모루(毛利衛) 박사는 1992년 무중력 상태에서 신소재를 이용해 성능이 뛰어난 새로운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한국도 이번에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인 'FRAM'을 2개월여 국제우주정거장에 노출시킨 뒤 되가져와서 메모리의 방사선 및 자기장 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 등을 분석하게 된다.

우주인이 상주하며 장기간에 걸친 실험과 관측이 가능한 것도 우주정거장의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인간이 먼 미래에 우주에 오래 거주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다루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는 데, 미국은 항공우주국(NASA)를 중심으로 우주인의 골밀도 및 폐기능 등 인간의 장시간 우주노출에 따른 신체 변화연구 등을 십수년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한 생명과학 연구도 활발해 러시아는 자체 우주정거장이었던 샬루트(Salyut)와 미르(MIR)에서 이뤄졌던 광범위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독특한 생물학 물질을 획득하기 위한 최신 기술 개발에 연구의 방향을 잡고있다.

유럽우주기구(ESA:European Space Agency)도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벨기에, 스페인, 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박테리아, 파리, 선충류를 이용한 생물학 실험을 비롯해 우주인의 신체적, 정신적 의학 검사, 지구 전리층의 광학적 복사 연구 등 생물학, 물리학, 지구과학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 밖에도 미세중력 상태의 우주에서는 인체의 생리대사를 조정하는 단백질의 완벽한 결정체 구현이 가능해 각종 신약 개발에도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며 납과 알루미늄 등 비중, 밀도가 전혀 다른 물질들의 혼합도 시도할 수 있어 새로운 신소재 개발 등도 가능하다.

한국우주인 임무개발에 참여했던 LG생명연구원 최덕영 박사는 "우주에서 진행된 실험 가운데 일부 기초과학 연구는 논문 등으로 발표되는 경우가 있지만 우주 개척 기술이나 산업적 연관성이 있는 연구 내용은 일체 공유가 안된다"며 "한국 첫 우주인을 통한 우주실험은 제한적이지만 우리 고유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된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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