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시 경화여고 전민경양의 안타까운 사연
"제가 화재로 화상을 입었다고 하면 친구들이 놀래 공부에 방해될 거에요, 조금만 다쳤다고 말해 주세요, 선생님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경화여자고등학교 3학년 10반 담임 정희정(33.여) 교사는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얼굴과 팔.다리에 2-3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제자 전민경(18)양을 지난달 2일 찾아갔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팔.다리를 절단할 지도 모를 정도로 심각한 화상을 입은 민경이가 자신보다는 다쳤다는 소식을 듣게 될 친구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것을 오히려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고 대견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2일 밤 공장에 딸려 있는 집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대피했던 민경이는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이모(59)를 구하려고 옷에 물을 뿌린 채 불타는 집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얼굴과, 목, 팔.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이모는 민경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숨을 거두었다.
정 교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 것은 민경이가 '하루빨리 학교에 가서 공부하겠다'며 죽은 세포를 걷어내는 고통스런 치료를 받으면서도 치료가 더디다는 이유로 진통제를 맞지 않고 맨 몸으로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 교사는 의료진의 입을 통해 민경이가 손을 움직일 수 없을 때에는 PMP(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를 구해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독서대를 구해 책을 읽으며 공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친구를 걱정하는 민경이의 아름다운 마음과 공부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정 교사는 1억원 넘게 들어 가는 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교사들끼리 몰래 모금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사연을 알게된 학생들이 함께 모으자고 제안해 와 지난달 10일부터 5일간 학교 전체가 모금운동을 벌여 총 1천만원을 모았다.
2년이 넘게 기숙사 생활을 해 온 민경이를 알고 있는 1, 2학년 후배들은 물론 3학년 친구들이 너도 나도 뜻을 모았고 익명의 학부모와 교사가 각각 100만원이라는 거금도 내놓았다.
자연계열 전체 2등, 학급 1등을 할 만큼 공부도 열심히 잘했고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겸손하고 성실한 민경이를 기억하고 있는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민경이를 돕고자 나섰다.
헌혈증서를 치료비 일부로 대체할 수 있다는 말에 학생들 폐결핵 검진하던 날인 지난 1일 헌혈차를 아예 학교로 불러 헌혈했고 졸업생들도 헌혈증서를 보내오면서 지금까지 총 120장의 헌혈증서를 모았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광주시내 학교마다 민경이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장학단체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3차 수술을 마친 민경이는 오는 17일 4차 수술을 남겨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 치료비만 9천700여만원이 넘게 나와 민경이를 지켜보고 있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민경이 아버지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2001년부터 장애인을 직원으로 채용해 자동차 부품제조 기술을 가르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익보다는 장애인재활을 위한 사업이어서 딸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희정 교사는 "휴학하라고 했는데도 민경이가 올해 꼭 수능시험을 봐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며 "제 '아름다운 제자' 민경이에게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문의:경화여고 교무실☎031-761-4125)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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