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방송에 단련된 베테랑 앵커라 해도, 생방송 진행을 할 때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생방송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와 위험이 따른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하물며 한국 역사상 최초의 일을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는 앵커의 고민과 긴장은 여러분도 어느 정도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우왕좌왕, 때로는 기적같은 감동을 함께하며 불철주야 좋은 중계를 위해 노력중인 러시아 현지 중계팀의 모습을 그린 박진호 앵커의 '중계 뒷이야기'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인기 기사'로 등극했습니다. 박 앵커도 독자들의 사랑에 절로 힘이 난다며 더 솔직하고, 더 생동감있는 뒷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생방송 중계의 현장, 그중에서도 가장 아슬아슬했다는 해치 오픈 생중계 이야기 2탄입니다. 함께 보시죠.
모스크바 현장의 감도경 PD는 급박하게 서울과 통화에 들어갔습니다.
"안 들려요? 모스크바 넘기세요!"
하지만 이게 웬 일, 서울쪽의 응답은 들리지 않고 스튜디오의 아나운서가 예정된 큐시트를 그냥 진행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 이러다간 놓치는데..'
"이제 열립니다. 모스크바로 넘겨주세요!"
현장의 정하석 PD의 목소리는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 열린단 말이야. 모스크바로 넘겨! 뭐하는 거야! 빨리 넘겨! 넘겨!!!!!!"
이어폰에서 들리는 이 고함이 얼마나 컸는지, 귀가 멍멍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다행히 On-Air 화면에 우리의 모습이 떴습니다.
"네. 곧 해치 오픈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불과 2분 후 거짓말처럼 해치가 열리고 러시아인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볼코프가 우주정거장의 우주인과 기쁘게 포옹했습니다.
그리고 밝은 표정의 이소연 씨가 능숙하게 날아서 우주정거장으로 옮겨타는 화면이 크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때가 한국시간 새벽 0시 43분?
조금만 늦었어도 이 순간의 화면은 생중계로 전달되지 못할 뻔 했습니다.
서울 쪽에서 예정된 영상물을 중간에 잘라버리고 모스크바로 진행을 넘긴 것은 천만다행의 중요한 선택이었던 셈이죠.
그리고 영상 교신을 통한 첫 기자회견.
이소연 씨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에 첫 발을 내딛었고, SBS 중계팀은 또 한 번 사선(?)을 넘으며,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에 기대가 부풀어 있었습니다.
밤은 이렇게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심정을 누가 알고 있었는지, 호텔에서 가진 심야 회식 식탁에는 시원한 생맥주가 수도꼭지가 달린 기다란 투명탑에 담겨 세워져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박진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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