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은 적지 않은 어록을 남겼다.
'안정론'과 '견제론'은 총선기간 내내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을 뜨겁게 달군 핵심 화두였다.
'물갈이'로 대변되는 양당 공천과정에서도 '화제의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선거철의 단골메뉴인 '지역감정' 조장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천 이후 빚어진 친이(親李) 대 친박(親朴)간 계파갈등 와중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내놓은 촌철살인의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그러나 뚜렷한 이슈가 부각되지 않아 선거전이 다소 맥 빠진 모습을 보인 데다 '당 대 당' 구도보다는 인물경쟁 양상으로 흐르면서 폐부를 찌르는 '입담 대결'도 과거만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형님공천', '공천특검' =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공천으로 `형님 공천'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25일 수도권 소장파 총선후보 55인의 이 의원 불출마 요구와 관련, "55인은 오직 당과 대통령을 위해 나선 '생육신'"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총선 기간 내내 '칩거'하다시피했던 박근혜 전 대표는 공천탈락한 친박 인사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또 그가 지난달 23일 긴급 기자회견때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고 공천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던 발언은 이후 "박근혜를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친박 연대의 단골 구호로 활용되면서 '박근혜 마케팅'이라는 말까지 낳았다.
민주당의 경우 김효석 원내대표가 법조인 출신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 임명을 '공천특검'이라고 칭한 것을 시작으로 이 말이 유행어가 됐다.
박 위원장은 비리 전력자 전원 탈락 원칙을 밝히면서 "희생을 밟고 가는 게 역사"라는 말로 당내 파란을 일으켰다. 외과의사 출신의 박경철 간사는 공천기준 논란을 설명하면서 "올림픽에서는 감기약을 복용해도 출전이 안된다" 는 비유를 써 관심을 모았다. 공천에서 배제된 김민석 전 의원은 "혁명이 처형을 정당화시킬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지역감정 자극 논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구 유세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YS) 때까지 치면 TK(대구·경북)는 15년간 핍박을 받았다"는 발언으로 지역주의 논란에 불을 당겼다.
그는 전날 대전에서 열린 첫 선대위 회의에서는 "충청이 확실하게 지지해주면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당시처럼 곁불을 쬐는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중심, 주축세력이 될 것"이라며 '곁불론'을 내세워 충청 민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총선일은 충청의 자존심을 찾는 날", "한나라당에 표를 주면 국가권력의 곁불을 쬐는 것", "충청은 여태껏 영남과 호남 사이에서 권력의 곁불만 쬐다 험한 일만 겪었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충청 정서를 한껏 자극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TK가 최대주주면 PK(부산·경남)는 소액주주이고 다른 지역은 머슴이나 종업원이냐. TK는 성골, PK는 진골이고 나머지 지역은 견골(犬骨), 즉 개뼈다귀 지역인지 묻고 싶다"고 맹공을 가했다.
◇각 당 '신경전' = 총선 기간 같은 '뿌리'인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자유선진당간 신경전도 뜨겁게 점화됐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에 있는 박 전 대표의 이름과 모습, 영혼을 팔고 있는 후보들이 있다"며 박근혜 마케팅을 정면 비판했다. 앞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친박연대 홍사덕 전 의원에게 "이 지역 저 지역 다니는 것도 철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연대 서청원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5일 은평뉴타운 방문과 관련,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억지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송영선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선진당을 '급조정당'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친박연대는 2004년 탄핵 역풍 때 박근혜 정신이 한나라당을 구할 때부터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맞받아쳤다.
선진당 이 총재는 한나라당 공천 낙천자 영입 문제와 관련, "이삭줍기가 아닌 보석줍기"라고 대응했다. 또한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진영간 내홍에 대해 언급, "한나라당은 한지붕 두가족"이라고 공세를 퍼부었으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10년간 북한에 돈 주고 뺨 맞은 노무현 정권과 다를 게 없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만우절이었던 지난 1일 한나라당이 총선공약에서 한반도 대운하를 뺀 것을 두고 "한나라당에는 매일 매일이 만우절"이라고 비꼬았다.
박빙 지역이 속출, 혼미한 양상이 이어지면서 각 당의 '우는 소리'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강 대표는 "과반수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석만 더 나와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고, 선거구도가 안정론 대 견제론으로 흐르자 지난 1일 관훈토론회 등에서 "한나라당은 안정이 아니라 변화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은 엄살을 떠는 것 같지만 우리는 엄살이 아니다", "이제 막 중환자실에서 산소마스크를 뗀 상태"라며 읍소했다.
◇격전지 '말의 전쟁' =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손학규 대표의 종로 출마가 결정된 지난달 12일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한마디로 경쟁자를 맞았다.
또한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동작을에 출마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동작과 지역적 인연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중매로 만나도 백년해로하고 가약을 맺는다"며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선거판도가 열세에 처하면서 악전고투 중인 손 대표와 정 전 장관은 유세 때마다 읍소전략도 빼놓지 않는다. 손 대표는 종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인연을 거론, "종로는 나에게 꿈과 희망을 준 곳", "야당과 손학규를 살려달라"면서, 정 전 장관은 "저는 더 갈 곳이 없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3일 여기자 성희롱 논란이 일자 "왼팔로 해당 여기자의 어깨를 툭 치는 순간 본의 아니게 얼굴에 손이 닿았다"고 해명했다가 파문이 확산되자 "모욕감, 수치감을 느끼게 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의원은 막판 판세와 관련, "9회초까지 3점을 내주고 끌려왔지만 9회말 만루상황에서 4번 타자가 홈런을 쳐 4 대 3으로 역전한다"고 대역전을 자신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남 목포의 박지원 후보는 다른 후보간 단일화에 대해 "토끼 두마리가 합친다고 호랑이 한마리를 잡을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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