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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나토 정상회의서 '점잖은(?)' 고별인사

입력 : 2008.04.05 08:55


오는 5월7일 퇴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루마니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26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을 향해 점잖으면서도 의미 있는 고별 인사를 했다.

지난 8년간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면서 강경 외교 노선을 견지해 온 그가 임기 중 마지막 국제무대에서 어떤 인상을 남기고 떠날 지는 벌써부터 관심거리였다.

지난해 2월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서방을 자극하는 극한 발언으로 회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비관론과 이전에 비해 훨씬 유화적인 어조로 긍정적 발언을 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엇갈렸다.

4일 1시간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러시아-나토 위원회에서 푸틴이 보여준 태도는 후자에 가까웠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러시아 없이는 유럽 대륙에서 안보를 증진시킬 수 없으며 러시아 국경에서 강력한 군사적 공동체의 존재는 러시아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나토는 다른 나라의 안보를 훼손하면서 자신의 안보를 확보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진입이 불발로 끝났음에도 나토의 동진에 대해 경고의 수위를 늦추지 않으면서 나토에 러시아 입장을 이해시키려고 의지가 역력해 보였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는 평등과 신뢰를 바탕으로 나토와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면서 '신 냉전'이 도래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가장 껄끄러운 이슈인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계획에 대해서도 가시돋친 발언은 없었다.

그는 "미국의 제안이 나쁘진 않지만 우리의 것보다 더 좋지 않은 시나리오 같다"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투명성을 확보할 것인지를 고려하고 있으며 대화는 소치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회의에 대해 "나토 확대가 쟁점이었으며, 생각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헤페르 총장은 주요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과의 회의는 "솔직하고 개방적이었다"고 전하고 "회의를 견해의 충돌"로 묘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회의 결과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친구가 되자. 그리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자"는 말과 "지난 6년간 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했던 일에 고마움을 느낀다"는 고별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2년 로마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나토와 동맹자 관계를 규정한 로마선언을 승인하면서 나토-러시아 위원회를 구성했고 평화유지군 파견, 국제 테러리즘 대응, MD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는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서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회의는 '긍정적'이었다면서 "새로운 냉전은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만큼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나토 외교관은 "푸틴 대통령은 발언 중간 중간 짬을 두며 매우 사려깊은 발언으로 회원국 정상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전했다.

나토로서도 이번 회담에 큰 돌파구는 없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유럽재래식무기감축협정(CFE) 복귀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나토군의 아프간 파병시 러시아 영토를 경유하도록 허락을 얻어낸 것은 작은 성과물이라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임기가 끝나가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 놓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6일 러시아 흑해 휴양지인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MD 운용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001년 이후 양국 정상은 27차례 만났으며 이번 회담이 두 사람에게는 임기 마지막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