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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얼굴, '마스크'로 가려야만 하나

입력 : 2008.04.01 17:43|수정 : 2008.04.01 17:48


경찰이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의 피의자와 고양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 피의자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씌우고 수갑을 손수건으로 가려준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의자 호송시 얼굴 노출 등 호송관련 제도를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수갑을 가리라고는 했어도 마스크를 씌우라고까지는 안했다"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산 초등생 납치사건 용의자 이모(41)씨가 체포돼 수사본부인 일산경찰서로 압송된 지난달 31일.

건장한 형사들에 의해 이끌려 호송차에서 내린 이씨는 얼굴을 반 이상 가리는 커다란 하늘색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수갑이 채워진 양 손은 수건으로 가려져 있었다. TV를 통해 이씨가 10살 여자 어린이를 잔혹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은 호송되어 온 이씨의 얼굴이 가려져 있는 것을 보고 "범죄자 얼굴을 왜 가려 주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1일 일산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비난하는 시민들의 글이 빗발치는 가운데 피의자 얼굴을 가린 것을 항의하는 글이 많았다.

"CCTV로 확인시켜주고 범죄자 얼굴은 왜 가립니까? 범죄자 얼굴은 만인에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모자로, 마스크로 가린 얼굴, 피해자는 인권이 없고 범죄자는 무슨 인권…욕뿐이다" 등 격분한 감정이 드러났다.

'서장님 보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제발이지 인간 이하의 범인의 인격을 위해 경찰이 손수 마스크 씌워주고 모자 씌워주고 하는 친절을 베풀지 마세요"라며 '친절한 경찰'을 비난한 네티즌도 있었다.

지난달 16일 이혜진·우예슬 양을 잔인하게 살해한 피의자 정모(39)씨를 체포한 안양경찰서도 정씨에게 마스크와 모자를 씌워 그렇지 않아도 피의자의 만행에 흥분한 이웃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경찰은 피의자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고 수갑을 가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의자 호송관련 업무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을 때부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은 경찰의 주장과는 다르다.

피의자 얼굴이 드러나 초상권이 침해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피의자 호송시 모자를 씌우거나 고개를 숙이게 하도록 권고는 했지만 마스크를 씌우라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피의자의 한 손을 호송차에 묶어 둔 것을 지나가는 시민이 보고 "너무 심하다"고 진정해 와 '호송시 피의자가 수치심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초상권 침해에 대해 언론사에서 피의자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은 있어도 경찰에게 마스크 착용을 해라 마라 권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피의자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일부 인권단체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누구나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을 받는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피의자 인권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라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여론몰이식 감정적인 부분이 개입됐을 수 있다"며 "이런 감정적인 부분이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권실천시민연대 관계자도 "아동 성범죄 피의자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보다 더 가벼운 범죄 피의자의 인권도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