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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경제학

정명원

입력 : 2008.04.01 09:19|수정 : 2010.01.06 15:01


SBS의 '대운하 내년 4월 추진 내부문건' 특종으로 집권여당이 '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총선 공약에서도 뺀 '대운하' 사업이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운하에 관한 찬반 논란은 다른 여러 글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순수하게 '우리 일반 국민들에게 어떤 경제적 영향을 줄 지' 에 관해 확실한 것만 다뤄보려한다.

우선 대운하를 건설하는데 얼마나 들 것이냐에 관한 논쟁은 사실 '계산하기 나름' 이다.

찬성 쪽 주장대로 4년 공사에 16조원 정도 들고 그 가운데 8조원은 공사과정에서 나온 골재를 팔아 충당할 수도 있고 반대 쪽 주장대로 그보다 훨씬 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골재판매도 1년 안에 모든 골재를 정가에 팔아야 8조원을 충당할 수 있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경제학자들이 통계내기 나름이라는 뜻이다. 경제학에서 가장 많이 쓰는 계산방식 가운데 하나가 '00 조건이 일정하다면' 이다. 이 조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숫자놀음' 이고, 어느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물류비 절감 효과도 마찬가지다. 찬성 쪽 주장대로 8조원의 국가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 쪽 주장대로 운하의 느린 속도에다 싣고 내리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물류비가 더 들고, 시대착오적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역시 어느 한 쪽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반면 확실한 부분도 있다.

먼저 대운하를 건설하는 동안은 분명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는 증가한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말이다. 정해진 기간에 대형 사업을 벌이면 GDP는 증가한다. 어쩌면 7% 경제성장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4년 뒤 대운하가 완공되면 경제성장률은 급락한다. 다른 곳에 또다른 대형 사업을 하지 않는 한 불가피한 일이다.

대운하를 공사하는 데는 300만 명의 일자리가 필요할 지 모르겠지만 완공 이후에는 몇 백명이면 된다.

실제로 독일의 마인-도나우 운하의 운영인력은 380명에 불과하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정된 국가 내 자원을 신성장 사업이나 기술 개발에 쓰지 않았던 부작용으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우리나라의 모든 자원을 다 끌어모았을 때 가능한 성장률 - 은 추락할 수 밖에 없다.

좀 심하게 비유하면 '스테로이드성 물질'을 투여해 100m 신기록을 낼 수도 있지만 그 기록이 자신의 실력은 아니고 약효가 빠지면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내수를 살려 경제성장률을 높이려 '벤처 육성'에 '카드 길거리 발급' 등을 해 잠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가 'IT거품붕괴' 와 '카드대란' 을 맞아 경제성장률이 추락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또하나 확실한 것은 국민들의 세금이 축나게 된다.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민간사업으로 하더라도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 주게 되면 결국 세금이 축나고 만약 국고로 토지보상비를 지원해 주게 되면 대운하로 뛴 땅 값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게 된다. 행정도시나 혁신도시 건설 때문에 뛴 땅 값을 세금으로 보상해 줬던 것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민자로 하는데 세금이 드는 이유는 건설사들이 '뒷간 가기 전과 간 이후' 계산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민간 건설사들은 공사 전에는 수요가 많아서 수익성이 높다고 부풀린 뒤 완공 이후에는 예상보다 수요가 적다며 우리 세금을 타간다. 국민들은 공사 시작 전에만 관심있지 일단 완공된 뒤에는 무슨 일이 있는 지 그리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벌여 수익을 올린 뒤 들어간 비용은 매년 우리 세금으로 보전받아 수지타산을 채울 수 있는 구조다.

억측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 그런 사례가 너무 많다. 정부가 보전해 준 민자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만 해도 사업 전에는 건설사들이 수요가 90% 가까이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절반 수준도 안 돼 지난 5년 동안 우리 세금으로 4천억원을 보전해 줬다. 2020년까지는 2조원 이상 우리 세금이 쓰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만이 아니라 승객 몇 명만 태우고 운행하고 있는 '인천공항철도' 나 말 만 국제공항이 된 '청주공항' 등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된 '민자사업'이 세금을 축내고 있는 경우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대운하 역시 대운하를 건설한다고 해서 갑자기 관광수요가 늘어 흑자를 낼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여러분 가운데 운하를 보러 독일 관광 가 본 사람이 있나? 굳이 관광을 가야할 만한 유인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2006년 독일 취재 당시 독일 운하 지역을 가 봤는데 5월 인데도 운하 주변은 기념품 가게 점원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지역 자체가 다소 외딴 이유도 있지만 대단히 신기한 운하-배가 도로 위로 지나가는 - 인데도 불구하고 운하 자체로는 관광객을 끌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청계천도 서울을 관광하러 온 사람들이 방문하는 코스이지 청계천때문에 서울 관광을 오는 것이 아니다.

100% 민자사업을 한다고 해도 완공 이후 건설사들이 대운하로 수익을 올릴 수단이 마땅치 않기때문에 결국 땅 값을 올려 건설사들이 땅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정확한 계산에는 한계가 있지만 사안에 따라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 '환경오염' 과 '수질오염'이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단기간에 그 피해가 나타나지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더 중요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결국 경제적 관점에서 '대운하'를 본다면 '정부가 보전을 해 주지 않고 땅 장사도 시켜주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도 민간건설사들이 자기 돈을 들여 사업을 할 것 인 지에 달려 있다. 100% 민자라고 해도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 주면 우리 세금이 축나는 것이고 땅 장사를 시켜 준다면 땅 값 상승에 따른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이 안 나는 논쟁이 될 수 있는 '물류비나 공사비용 계산' 같은 문제보다 단순하며 보다 본질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운하' 관련 논쟁의 관전 포인트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