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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내연녀에게 '백'써준 건 뇌물 아냐

입력 : 2008.03.31 17:11

신정아·변양균 동국대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판결


공직자가 직권을 악용해 내연녀에게 유·무형의 재산 이익을 안겨줬더라도 뇌물을 함께 받았다고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신정아(36) 전 동국대 교수와 변양균(59)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 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는 이들의 다른 여러 혐의들 가운데 변 전 실장이 동국대에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신정아씨를 교원으로 임용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변 전 실장과 신씨의 관계가 '숟가락과 젓가락처럼 함께 하는 사이'라며 동일체로 보고 변씨의 외압행사로 신씨가 교수 직위를 얻은 것이 함께 뇌물을 받은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동국대가 대학의 장기발전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을 원활히 받을 수 있게 하는 대가로 신씨가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 월 350만원에 이르는 급여와 각종 수당, 연구실 등 유·무형의 재산적 이익을 누리도록 자연스레 공모했다는 것.

검찰은 또한 변 전 실장과 신씨가 '은밀한 이성관계'로 신씨가 받은 이익이 결국은 변 전 실장이 받은 것과 같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김 판사는 일단 신씨의 신분에 대해 "수뢰죄에서 공무원이 아닌 이도 공범이 될 수 있고 이 사건에서는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뇌물을 받더라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판사는 ▲변 전 실장이 동국대 총장에게 신씨를 교수로 추천했으며 이를 신씨에게 말한 점 ▲변 전 실장이 신씨에게 진로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낸 점 ▲신씨가 임용되자마자 대학 내부의 반발로 사표를 내자 변 전 실장이 대학에 항의했다는 참고인 진술 ▲변 전 실장과 신씨가 연인관계라는 점 등이 사실이더라도 공모했다고 추단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관계로서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사이였고 신씨의 업무에 변 전 실장이 다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은 인정되나 경제적 지원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별도 가계를 갖고 생활한 만큼 제시된 사정만으로는 사회통념상 변 전 실장이 (신씨의 재산 이익을) 직접 받은 것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라고 보기 부족하고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과 신씨는 이 같은 뇌물수수 등 공소사실이 무죄로 선고돼 형량이 구형된 것과는 달리 징역 4년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6월로 대폭 줄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