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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체육대학 신입생 '군기잡기'에 철퇴

입력 : 2008.03.27 13:51|수정 : 2008.03.27 13:52

용인대 신입생 사망사고 관련자 과실치사로 엄벌


경기도 용인대학교 동양무예학과 신입생 강모(18)군이 낙법훈련을 받다 머리를 다쳐 사망한 사고와 관련, 경찰이 선배들의 구타가 원인을 제공했다며 과실치사 혐의로 이들을 입건했다.

유단자인 강 군이 선배들의 이틀에 걸친 구타로 성치않은 몸 상태에서 강압적인 훈련을 받아 숨졌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학과장도 입건했으며, 이같은 엄벌 의지는 해마다 반복되는 체육학과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군기잡기'식 사전교육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발생…가족 반발

지난달 14일 오후 5시께 용인대학교 체육관(용무도장)에서 신입생 강모(18)군이 후방낙법훈련을 받다가 머리를 다쳐 동수원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

강 군은 앞서 12일 용인대학교 동양무예학과에 합격했으며 이튿날인 13일부터 같은 학과 신입생 7명을 대상으로 한 단체 훈련에 참가했었다.

사고직후 가족들은 "유도2단에 용무도(태권도·합기도 등 무술과 호신술을 통합한 종합무술)2단의 강 군이 간단한 후방낙법훈련을 하다 머리를 다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허벅지에 든 심한 멍을 근거로 구타 의혹을 제기했다.

또 용무도장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국제공인 스프링 매트가 2중으로 설치돼 있어 사고원인을 둘러싼 의문을 증폭시켰다. 강군은 결국 사고발생 19일만인 지난 4일 심기능정지와 뇌부종으로 숨졌다.

강 군의 부모는 총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용인대 정문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갔다.

◇경찰, 구타에 의한 과실치사로 결론

용인경찰서의 조사결과 숨진 강군은 사고발생 2시간전인 오후 3시와 전날 오전 11시, 김모(20)군 등 같은 학과 2학년 선배 4명에게 구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군 등은 용무도장 구석에서 이틀에 걸쳐 알루미늄검으로 강 군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10대와 15대 때렸고, 강 군 외에 다른 신입생 3명도 함께 맞았다.

김 군 등은 '(신입생들이)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사고발생 당시인 14일 오후 5시께 강 군에게 후방낙법훈련을 시키며 도복 띠를 잡고 높은 위치까지 들어올리는 등 강압적으로 훈련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군 등의 구타로 정상적인 몸이 아닌 상황에서 강 군이 후방낙법을 하다 숨진 만큼 이들이 강 군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으며, 검찰과 협의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학생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동양무예학과 학과장인 김모(52)교수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후 현장에 있던 학생 20여명과 학교 관계자를 불러 60여 차례에 걸쳐 조사하는 등 이번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데 주력했다.

경찰은 구타에 관여한 학생이 더 있는 지를 가려 모두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학사일정에도 없는 '군기잡기' 교육

용인대에 따르면 강 군이 합격한 동양무예학과 학과장 김 교수는 합격자 발표 다음날 곧바로 신입생 7명에게 학교로 집합토록 했다.

학사일정에도 없는 사전교육이었고, 2~3학년 선배 10여명과 함께 프로그램도 없는 막무가내식 훈련을 시켰다. 게다가 김 교수는 선배들에게 훈련을 맡기고 자신은 현장을 떠나 사실상 '군기잡기'교육을 방치했다.

용인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사전교육을 받던 신입생이 타박상을 입어 병원치료를 받았다"며 "신입생 모집 전에 총장님이 김 교수에게 신입생 대상 사전교육을 시키지 말도록 지시했으나 김 교수가 강행했다"고 말했다.

용인대는 지난 17일 김 교수를 학과장직에서 해임하고 교수 직위를 해제했으며, 곧 징계위원회를 거쳐 교수직 박탈 여부를 결정지을 계획이다. 강 군을 구타한 선배 4명에게는 지난 6일 무기정학 처분이 내려졌다.

체육시민연대 이병수 사무처장은 "일부 교수중에는 학생들의 통제 수단으로 선배들의 '예절교육'을 빙자한 얼차려나 구타를 묵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종의 학생 '길들이기 수단'인데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대학측이 명예 차원에서 쉬쉬하려 하지 말고 시민단체 등 외부기관과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