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력은 사실 힘들고 불편하다. 자전거는 분명 스쿠터보다 힘들다. 수동 거품기보다는 핸드 블렌더가 더 편하다. 힘들고 불편하면 인간동력은 사용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인간동력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플레이 펌프 - 인간동력은 노동이 아니라 놀이여야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로 5시간 정도를 달리면 인류의 요람이란 별명이 붙은 마을이 있다. 최초의 인간 화석이 발견된 이 마을의 초등학교에는 특별한 놀이 기구가 있다. 아이들이 빙빙 돌리면 물 펌프가 작동하도록 설계된 플레이 펌프다. 이 펌프는 지하 150미터 깊이의 물을 1회전 당 1리터의 속도로 뽑아 올린다. 이 삥삥이 펌프는 이 학교의 유일한 놀이기구이기 때문에 펌프에는 하루 종일 아이들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덕분에 물은 쓰고도 남을 정도. 이 펌프 덕분에 아이들의 위생이 놀랍게 좋아졌고 텃밭에 채소도 가꾸게 되었다. 학생 수도 두 배로 늘었다. 플레이 펌프는 이제 아프리카 전역에 천여 개 정도가 설치되어 있고 아프리카의 물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플레이 펌프가 성공한 이유는 물을 퍼 올리는 힘든 노동을 즐거운 놀이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을 이용한 발전-놀이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
뉴올리언즈 사우스웨스턴 대학의 라즈 판디안 박사는 어린이들이 뛰노는 에너지를 모아서 전기로 만드는 방법을 고안중이다. 그가 특별히 관심을 거지고 추진하고 있는 것은 전자 오락기를 변형한 발전기 세트. 그는 취재팀에게 어린이 4명이 0.5 킬로와트의 전기를 쉽게 만드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도록 하면서 그 에너지를 전기로 만들 수 있다면 학교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전력은 충분히 아이들에게서 나온다는 게 판디안 박사의 설명이다. 물론 아이들은 판디안 박사가 고안한 게임기에서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된다. 즐겁다는 것 이외에 판디안 박사의 발전기가 시사하는 중요한 점은 바로 “수확(하비스트)”이다. 아이들은 발전기가 달려 있다는 것을 모른다. 놀이터의 시소에 발전기를 달아도 놀이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에너지를 수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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