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자식을 방치해 기아상태에서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남은 자식만이라도 잘 보살펴 죄값을 대신하라'는 법원의 선처로 실형을 모면하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황중연 판사는 어린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돼 이모(26).양모(25.여)씨 부부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10월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20대 초반에 결혼해 지하 월세방에 살던 이 부부는 2006년 11월 세 살배기 아들이 밥을 거의 먹지못하고 몹시 야위어 가는데도 병원 치료를 한번도 받지 않고 장기간 방치해 저체중 불완전기아(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숨지게 했다.
검찰은 사건당시 부검결과 고의로 죽인 증거가 나오지 않자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으나 아동학대사범으로 보고 징역 1년씩을 구형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그리고 보호자의 유기.방임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에 대해 의식주 등 기본적인 보호.양육 및 치료를 하지 않고 방임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황 판사는 판결문에서 "사건당시 피고인들이 곤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나 이상징후를 보이는 아들을 방치해 죽게 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하기 어렵다"며 "굳이 따지자면 회사를 다니던 아내보다 일이 없어 주로 집에 있던 남편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황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부양해야 할 또 다른 아들(2세)이 있고 지금은 남편 수입(월 140만~150만 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죄가 무거운 남편을 실형에 처한다면 피고인 가정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게 될 것"이라며 "남은 아들을 충실히 양육해 과오를 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덧붙였다.
(수원=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