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가정환경과 어두운 성장과정 공통점
안양 두 어린이 납치 살해 외에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더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모(39)씨.
어린 시신을 참혹하게 유기한 그의 행위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주위 환경과 자라온 과정 등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들과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 비교하게 된다.
범죄심리전문가들은 연쇄살인범들이 어째서 별다른 죄의식 없이 끔찍한 범행을 거듭하는지를 이야기할 때 성장과정에서 겪은 아픈 경험이 잠재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잡아 공격 성향을 충돌질한다고 지적하곤 한다.
2003년 10개월 사이 노인과 출장마사지 여성 등 19명을 살해한 유영철과 2004년부터 1년여 동안 부녀자와 어린이 등 13명을 살해한 정남규. 이 둘은 모두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이들과 이번 사건 피의자 정씨의 가정환경과 성장과정 등을 대비해 짚어보면 모두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성장기에 경험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피의자 정씨 = 서울에서 태어나 부모 밑에서 자라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와 살았다. 떨어져 살게 된 어머니와는 왕래가 별로 없었다.
고교 1학년 때 아버지 품에서 벗어나 안양으로 내려와 혼자 살기 시작했다. 아버지와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고교 시절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나 상대쪽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다. 그때 받은 상처 때문에 이후로 여자를 잘 사귀지 못했고 지금껏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군복무를 마친 뒤에는 안양의 한 전문대에 입학해 컴퓨터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용산 전자상가에 컴퓨터 조립회사를 차렸다가 실패한 뒤 대리운전을 해왔다.
2002년 11월부터는 지금의 안양8동 반지하 월세방에서 생활해왔으며, 이때부터 한 여성과 동거를 시작했지만 이 여성은 2년 뒤 지병으로 숨졌다.
절도 1건과 폭력 2건을 포함해 7건의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다. 성범죄는 2004년 군포시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 때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 등 두어 차례 용의선상에 오르긴 했지만 전과기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영철 = 서울에서 노동 일을 하는 부모 사이에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정신분열성 간질환으로 사망하면서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공고 2학년에 재학 중 절도사건으로 소년원에 수감돼 학업을 중단하고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21살 때인 1991년 마사지 안마사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었으나 이후 14차례나 특수절도 및 성폭력 등으로 형사 입건되는 등 11년을 교도소에서 보내느라 상당 기간 사회와 격리됐다.
특수절도 혐의로 전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2002년 5월께 부인에게 이혼당했으며, 이후 말을 하지 않는 등 극심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다.
◇정남규 =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가난한 가정형편을 원망하며 자라왔다. 1969년 3월 전북의 한 농가에서 3남 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별 탈 없이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인 남성에게 끌려가 변태적인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족들과 함께 인천으로 올라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렇다 할 범죄경력 없이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1989년 고교 졸업 후 강도짓을 하면서 범죄의 길로 접어들었다.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군에 입대했고 1992년 만기 전역한 뒤에는 한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공통점 = 셋 모두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았고 유영철과 피의자 정씨는 각각 아버지와의 사별과 부모의 이혼으로 결손 가정에서 자라났다.
정남규의 경우 부모 밑에서 성장했지만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고 변태적인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안고 있다.
유영철은 아버지에 이어 둘째 형도 간질환으로 사망하고 자신도 자주 간질 증세를 일으키자 극도의 불안감 속에서 생활했다.
피의자 정씨는 고교 시절 결손 가정이란 이유로 여자친구와 헤어진 적이 있고 이런 점에서는 비록 성인이 된 다음이긴 하지만 부인에게 이혼을 당한 유영철과 비슷하다.
그러나 유영철은 질병으로 인한 공포감 속에 자포자기에 가까운 '반사회적 보복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정남규와 피의자 정씨는 범죄의 길로 접어든 뚜렷한 계기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안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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