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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정 씨 유영철 닮은 연쇄살인마인가

입력 : 2008.03.19 14:02

성 도착증 가능성 높아…추가범행 여부 주목


안양 두 초등생 유괴ㆍ살인사건의 범인이 정모(39)씨로 굳어져감에 따라 그가 어떤 이유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피의자 정씨는 여전히 교통사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를 믿기 어렵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정황으로 봐도 그렇고 교통사고라고 가정하더라도 이후 시신을 절단해 유기한 과정은 사고를 은폐하는 방법으로는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거짓말

정씨는 처음 용의선상에 오른 지난 1월부터 유력한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사건 발생 초기인 1월 10일 탐문수사를 위해 찾아 온 경찰에게 이혜진(11)ㆍ우예슬(9)양 실종 당일인 지난해 성탄절에 "집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경찰은 그의 집안에서 혈흔반응검사를 했지만 핏자국이 발견되지 않자 그대로 돌아갔다.

그가 빌려 사용했던 렌터카의 트렁크에서 두 어린이의 혈흔이 확인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된 지난 16일에는 성탄절 행적에 대해 "낮에는 아는 사람과 만났고 밤에는 대리운전 하려고 렌터카를 빌렸다"고 했다. 렌터카를 빌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대여한 시간대가 거짓임이 대여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정씨의 거짓 알리바이는 점차 진화해 17일부터는 범행을 시인하는 대신 살해가 아닌 사고로 방향을 틀었다. 교통사고였다는 것이다. 자신의 범행이 점차 드러나 빠져나갈 수 없게 되자 형량을 줄이는 쪽으로 생각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19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안양경찰서를 나서면서 교통사고임을 재차 강조했고 수원지법에 도착해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랬다"고 그럴듯한 정황까지 덧붙여 진술을 더욱 발전시켰다.

◇왜 그랬을까..커지는 궁금증

정씨는 처음에는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다 증거가 하나둘 제시되면서 무너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하게 됐을까.

소아기호적 성 도착증세가 그를 그런 범죄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범죄심리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성인 음란물에 탐닉하다 색다른 흥밋거리로 아동 관련 음란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아동에 대한 호기심과 성적 욕구가 개발돼 실행 충동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이 정씨의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500여건의 음란물 동영상이 저장돼 있었고 그 가운데 '롤리타'와 같은 아동 포르노물도 몇 편 있었다.

그가 이번 사건 외에 비슷한 유형의 다른 범행을 더 저질렀을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정씨가 이웃에 사는 어린이들을 범행 표적으로 삼는 대담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연쇄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이런 유형의 범죄 성향으로 볼 때 처음에는 자신과의 연관성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처에서 멀린 떨어진 곳에서 범행 대상을 찾게 마련이고 점차 자신감이 붙으면서 이웃으로까지 눈길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연쇄살인마인가

여기서 경기 서남부지역에서 지난 4년 사이 발생했던 미제의 여성 실종사건들에 주목하게 된다. 2004년 이후 이 일대에서 일어난 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여성 실종사건은 줄잡아 5건에 달한다.

2004년 7월 군포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 2006년 12월 군포와 수원에서 열흘 간격으로 발생했던 3건의 노래방 도우미 연쇄 실종사건, 2007년 1월 수원 여대생 실종사건이 그것이다.

이들 중 1명만 안산의 야산에서 알몸 시신이 암매장된 채 발견됐고 나머지 4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얼핏 생각하면 두 어린이 사건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몸값을 요구하지 않은 여성 대상의 범행이라는 점과 실종 및 시신 발견 지점이 두 어린이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군포의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은 정씨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경찰도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정씨는 이 사건이 발생한 2004년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었다. 당시 실종된 전화방 도우미 정모(당시 44세)씨와 마지막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한 인물로 통화기록 조회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피의자 정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거짓 반응이 나와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지만 경찰은 범행을 입증할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그대로 풀어주고 말았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군포경찰서 관계자는 "정씨를 2005년 4월과 10월 두 차례 불러 조사하고 정씨 집에서 혈흔반응 검사까지 했지만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약 정씨가 이들 사건도 저질렀다면 2003년 9월부터 10개월 사이 21명을 살해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연쇄살인마 유영철을 떠올리게 한다.

유영철은 노인과 여성 출장안마사,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하고 시신 11구를 토막내 암매장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았다.

유영철에 대해 범죄심리학자들은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진단을 내렸다. 연쇄살인범의 90%, 연쇄 성폭행범의 40%에서 발견되는 사이코패스는 정신병 용어로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며 반사회적 행동을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사이코패스를 판단하는 세 차례의 테스트에서 유영철은 모두 '그렇다'고 판정된 바 있다.

(안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