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딜러 생활 8년만에 이처럼 오르는 것은 처음 봅니다."
어제 환율을 취재하면서, 은행 외환거래팀에서 만난 딜러의 얘깁니다. 31원 90전. 말그대로 폭등입니다. 원달러 환율의 '뚜껑이 열렸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 수칩니다.
아시겠지만, 달러화 약세 속에서도 유독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태국이나 인도도 올들어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금융불안은 전세계적인 요소지만,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소들이 있는 것입니다.
우선 신용위기를 겪으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 돈을 회수해 가는데, 이에 따른 달러 수요가 있구요, 또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수입금액 증가를 보충하기 위한 기업들의 수요, 그리고 다음달까지 이어지는 외국인 배당금 수요도 있습니다.
특히 어제는 외국인들이 주식 시장에서 많이 팔기도 팔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달러를 무차별적으로 사들인 것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외펀드들을 운용하면서 환헤지를 위해 미리 달러선물을 매도한 놓은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한가지를 더 꼽습니다. 기획재정부, 특히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의 환율에 대한 생각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나 최중경 차관의 경우 환율수준이 국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환율주권론자들입니다.
더군다나 경상수지 적자 해소와 6% 경제성장률 달성이라는 과제를 맡은 이들이 환율 사령탑에 앉으면서 환율 상승을 묵인할 것이다른 분위기가 시장에 번졌습니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환율을 급등하게 만들었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하락을 막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 강만수 장관의 얘기를 볼까요.
"일자리를 잃는 것이 좋으냐 물가가 약간 올라간다 하더라도 일자리를 얻는 것이 좋으냐, 그런데 대한 선택의 문제이지, 모두 다를 취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기준으로 봐주시면..."
하지만 요즘 같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원자재값 폭등 속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이미 밀가루값, 라면값, 기름값 인상으로 각종 고통을 겪고 있지만, 환율상승은 수입 물가를 더 올리고 산업 전반, 그리고 경제 전방에 걸쳐 물가 상승이라는 고통을 안겨다줍니다. 경제연구소들도 환율상승에 따른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성장에 치중하려고 환율을 희생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수출에만 의존해 성장하던 시절은 지났고 경제 규모도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물론 현재 환율 상승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는 않습니다. 잘못 개입했다가는 외환보유고만 바닥낼 수 있습니다. 시장의 자체 조정으로 환율이 조만간 안정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 급등의 원인인 미국 신용위기가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처럼 환율이 천정 모르고 계속 올라간다면, 그때에는 환율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신호가 필요합니다. 금융시장의 순간적인 패닉을 잠재울 수 있는 미세조정이 필요하단 얘깁니다. 이와 함께 물가 불안 심리를 잠재워 내수 경기 둔화를 막을 수 있는 선제적인 금융 장책 수립도 이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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