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냐 살인이냐"…검사-변호인 마라톤 공방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여)씨 사건을 놓고 17일 수도권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수원지법에는 오전 일찍부터 배심원 선정절차에 참여하려는 배심원 후보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전 8시부터 법원에 나오기 시작한 배심원 후보들은 서로 말을 건네지 않은 채 묵묵히 법원 직원들의 안내에 따르면서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이들은 법원 본관 지하 1층에서 마련된 직원식당에서 법원 직원들로부터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배심원 번호표를 받은 후 질문표를 작성하고 배심원 설정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에도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었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나온 김모(63.수원시)씨는 "국민을 재판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잘된 일"이라면서 "사상 처음으로 시작하는 제도에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모(28)씨는 "아직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통보를 받아 얼떨떨하다"면서도 새 사법제도에 참여한 데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신의 나이를 30대 중반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영화에서 보던 미국 배심원제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겠고 (피고인이) 어떤 혐의로 재판받게 되는지도 모른다"며 "재판을 지켜봐야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와 변호인 측은 배심원 선정과정에서부터 신경전을 펼쳤다.
이 때문에 2차례 9명의 배심원 후보가 양측의 기피신청으로 교체됐고 공판이 40분간 순연됐다.
2시간여에 걸친 배심원 선정절차가 끝나면서 '탈락한' 배심원 후보 42명은 공판에 참여하지 못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최종 배심원에 선정되지 못한 김모(31.수원시)씨는 "2시간 이상 기다리다 배심원에 선정되지 못해 아쉽지만 기분 나쁘진 않다"면서 "배심원 후보들의 장시간 대기문제가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배심원 후보 명부에서 무작위 추첨한 230명에게 배심원 후보자 출석을 통보했으며 이날 법원에는 64명이 출석해 27.8%의 출석률을 보였다.
이들 가운데 최종 선정된 12명(배심원 9명과 배심원 후보 3명. 여성 3명 포함)이 법대(판사석) 오른쪽, 피고인석 맞은 편에 마련된 배심원석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법정공판을 지켜봤다. 일부는 진술을 꼼꼼히 메모했고 궁금하면 질문지를 재판부에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공판 후 평의와 양형토의에는 예비배심원을 제외하고 정식 배심원 9명만 참여했다.
변호인 측 임한흠 변호사는 공판이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최초진술을 통해 검찰 측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당초 공소장에서는 "성추행하고 때려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살해했다"고 해놓고 공판기일 얼마 전 "채무관계에 의한 살인"이라고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따지고 들었다.
증인으로 나선 5명에 대해서도 양측의 날카로운 신문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경찰 수사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피고인이 문맹이고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평소 피해자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사실을 부각시키려 했다.
반면 수원지검 유찬열 검사는 국과수 부검의와 피해자 딸의 증언, 수사자료 등을 유죄근거로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증인들과 피고인을 신문하면서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또 피고인과 참고인의 진술서 공개를 놓고도 서로의 유리한 내용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하면서 유리한 판단을 이끌어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재판을 지켜본 한 변호사는 "우리 사법현실에서 다소 현실성이 없고 소모적인 측면이 있다"며 "특히 재판장의 조율과 당부에도 불구, 배심원들이 감성에 치우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요인이 많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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