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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처 스캔들', 한국에서라면?

정명원

입력 : 2008.03.14 00:11|수정 : 2010.01.06 15:02


검사 시절 고객관리를 위해 주가를 조작하는 '월가 경영진'의 부도덕성을 파헤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차세대 미 민주당 유력정치인 스피처 뉴욕 주지사가 결국 물러났다.

고급 창녀클럽을 운영하는 조직의 단골 손님이던 것이 FBI의 도청수사로 꼬리가 잡혔고, 이를 뉴욕타임스가 특종보도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잘나가는 미국 정치인의 극적인 몰락이 재밌는 소재이지만 그 이야기 자체를 길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스피처가 과연 우리 나라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면 적발이 됐을까라는 문제제기를 하려는 것이다.

이번에 스피처가 꼬리를 잡히게 된 계기는 '돈 거래'였다. 미국은 만 달러 이상의 현금이나 카드 사용이 이뤄질 경우 이를 수사당국에 통보하고 있다. 특히 수상한 돈의 흐름은 'Suspicious Activity Report' 로 분류해 수사당국에 조사를 의뢰한다.

검사출신인 스피처도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하룻밤에 천 달러 이상 그동안 무려 8만 달러 넘게 매춘에 사용했다니 이런 조사를 피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돈 세탁'을 통해 추적을 피한 뒤 화대로 지급했다. 하지만 9.11 이후에는 만 달러 이하, 심지어는 1,2달러까지도 수상한 돈의 흐름이 보이면 이를 분류해 수사당국에 통보했다는 점은 몰랐던 모양이다. 

수상한 돈 거래란 예를들어 4개의 다른 계좌와 4개의 다른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은 뒤 2시간 안에 무엇인가에 지불했다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조사당국은 판사, 정치인, 유력 정당의 당직자들은 '요주의 인물(PEPs:Politically-Exposed Person)'로 관리를 하기때문에 보다 철저히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었고 스피쳐는 여기에 걸려든 것이다.

여러분이 실감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한 조직이 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5천만 원 이상의 현금거래나 금융거래는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물론 금융실명제법도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 특검에서 밝혀낸 천 개가 훨씬 넘는 삼성그룹 차명계좌에서 알 수 있듯이 현실에서는 금융기관이 차명계좌를 묵인하는 경우가 있고,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유력 정치인들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소액 단위는 물론 거액이라도 찾아냈다는 소식을 과문한 탓인지 들은 바 없다. 더욱이 유력 정치인과 판사, 공직자들을 상대로 성매매 사건을 잡기 위해 도청을 했다는 소식도 들은 바 없다.

선진국으로 가면 갈수록 공직자와 정치인, 법조인들에 대해 무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이렇게 제도적 장치를 해 놓고 있다. 이들이 가진 권한이 크고 고위 공직자와 법조인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기때문이다.

이번 뉴욕타임스 보도가 스피쳐 개인 입장에서 보면 '명예훼손'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고위 공직자라는 이유로 가족 사진까지 낱낱히 대중들에게 공개하며 고위공직자의 '잘못된 행위'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역시 수정헌법에서 '알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상황이 생겼다면 어떨까? 기자 입장에서 추론을 해 보면 이렇다.

일단 금융당국은 '고위공직자 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생활이라며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취재를 회피할 것이다. 그리고 수사당국은 '불법 도청' 이라는 이유로 설사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받아 조사를 했더라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보도를 했다면 해당 정치인은 당장 민·형사상 소송을 걸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라고 할 테고 재판으로 가더라도 판사는 '증거를 언론이 구해와야한다' 고 판결을 내릴 것이다.

스피처 스캔들을 보며 제도적으로 고위 공직자를 철저히 검증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헌법과 판례로 보장된 미국이 한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뇌물 사건만 터지면 '의혹'에서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고 수사기관에서는 '용두사미 수사'로 끝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는 요즘 바다 건너에서 벌어진 '스피처 스캔들'은 우리의 고위 공직자 검증 장치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뼈져리게 느끼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