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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동안 시각 장애여성의 발이 된 택시운전사

입력 : 2008.03.12 15:33


"처음에는 서먹했지요. 지금은 서로 양아버지, 양딸처럼 생각합니다"

1주일에 3번씩 6년 동안 부산의 한 택시 운전사가 시각장애 여성의 병원치료를 돕기 위해 두 발 역할을 해온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윤인수(32.여)씨는 고등학생 때 부모님을 잃었으며 소아당뇨병 합병증으로 23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6살이던 2002년에는 신장까지 망가져 부산백병원에서 혈액투석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윤 씨에게 1주일에 3번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부산백병원 김영훈 교수는 2002년 9월 택시 운전사 박경환(62)씨를 소개했다.

그날 이후 박경환 씨는 윤인수 씨의 눈과 발이 됐다.

일주일에 3번씩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윤 씨를 병원으로 데려다 줬으며 자신의 생일은 잊어도 윤인수 씨의 생일은 잊은 적이 없다.

"인수가 내 아들하고 동갑입니다. 처음 봤을 때 딸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인수가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서 생일을 맞는다는 걸 알고 나라도 생일을 챙겨줘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인수 씨 역시 박경환 씨를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으로 생각하고 있다.

"저에게 항상 좋은 말만 하시지는 않으세요. 제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따끔하게 야단도 치십니다. 그래도 거부감이 들지 않아요. 이제는 정말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박경환 씨와 윤인수 씨는 4월부터 동백섬에서 열리는 시각장애인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동백섬 마라톤은 시각장애인과 봉사자가 다리를 끈으로 묶고 3㎞ 정도를 달리는 대회로 박경환 씨와 윤인수 씨는 매년 이 대회에 참가했지만 항상 하위권에 머물렀다.

올해는 상위권에 드는 것이 두 사람의 목표.

박경환 씨는 "인수가 건강하게 운동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다"며 "등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인수에게 작은 목표를 갖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