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있는 1명 보복 후 증거인멸 차원에서 3명 추가살해"
태연히 인부 고용해 선친 묘 있는 공동묘지에 묻은 건 연구대상
범죄전문가들은 11일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이호성(41) 씨가 연루된 일가족 살해 사건은 "아주 드문 형태의 다중살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이웅혁 교수는 "다중살인은 통상 동기가 도구적이거나 표현적인 것으로 나뉘는데 이번 사건은 도구적 동기와 표현적 동기가 묘하게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중살인은 연쇄살인과는 달리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살해하는 범죄다.
지난 해 조승희의 '총기난사 사건'처럼 체면손상·갈등관계 등을 드러내기 위한 살인은 '표현적'으로, 금품을 빼앗는 등 특정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뤄지는 살인은 '도구적'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은 금전 채무라는 압력이 있었고 일상사 중에서도 피해자인 김모 여인과 상당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도구적 동기와 표현적 동기가 혼합돼 돌출된 범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급전이 필요한데 김 여인이 잔금을 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유명 선수로서 이씨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언쟁이 불거졌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가 일가족 살인까지 이어졌을 것"이라고 동기를 추리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연구센터 조병인 센터장도 "4명을 살해하고 직접 운구해 인부까지 고용해 선친의 산소가 있는 공동묘지에 암매장한 건 보기 드문 대량살상"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동기나 배경은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연쇄살인도 아닌 대량살상인데 사병이 상관들에게 도끼로 보복한 '고재봉 사건' 등과도 성격이 달라 예전의 어떤 사건과 닮았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이씨가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은 1명이었겠지만 나머지 3명은 증거인멸 차원에서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순간적인 격정과 원한에 의해 이뤄졌지만 동시에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진 보기 드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호성 씨가 한때 스타로 주목을 받고 있다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몰락한 사실이 범행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이웅혁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대한 기대치와 이를 이룰 수 있는 간극이 클 때 범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타로서 경제적 풍요를 누릴 때는 목표를 이룰 수단이 지원이 됐지만 사업실패 후 기대는 그대로이지만 수단이 지원되지 않아 이를 메우기 위해 범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도 "한때 성공한 유명인이었던 자신이 고작 몇천만 원이 없어 쩔쩔맨다는 이유로 좌절을 느끼고 마음에 상처 입었을 수도 있다"며 "그런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이성적인 방법으로 급전을 당겨 쓰고 싶었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이호성 씨가 자살한 것도 한때 가장 부각되던 스타로서 자존심과 떼어놓고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단이다.
조병인 센터장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고 수사망이 좁혀온다고 생각할 때 스타로서 대접을 받고 살다가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도주하다가 경찰들 앞에서 청산가리를 먹고 자진하고 검찰청 유리창 밖으로 투신하거나 화장실에서 목을 메는 등 범죄자들이 겪는 최악의 절망감이 이호성 씨에게는 더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는 통상적인 다중살해는 범행 착수 때 자살을 작심하는 것과는 달리 이호성씨가 3주가 지나 자살했다는 건 전형적인 다중살인과는 구분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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