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다우지수 12,000선이 붕괴됐습니다. 비농업부문 고용지표가 월가의 예상과 달리 6만명이나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고용은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침체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기에 부시 대통령도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침체기 진입을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에서 촉발된 신용경색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좋은 시절'에 작별을 고하게 만든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왔나?
아시다시피,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차입자의 신용도 등에 따라 프라임(점보론/우량), 알트A, 서브프라임(비우량) 세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주택담보 대출회사들은 이렇게 세등급으로 나눠 대출해준 것을 담보(이자 상환 권리)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대출회사 입장에선 대출만 되면, 이자 수익 얻는 것 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더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2001년 이후 저금리와 부동선 가격 급등에 힘입어 수요도 많다보니 대출회사들은 당연히 대출 기준을 낮추게 되고, 또 경쟁이 붙다보니 대출 금리도 서로 낮췄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까지도 대출해줬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2006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부터 불거집니다.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연체율과 주택압류가 급증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전됐습니다.
이후부터는 도미노처럼 쓰러졌습니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가장 먼저 주택담보 대출회사들이 휘청거렸습니다. 그리고 이 대출회사들이 발행한 증권을 기초로 만든 각종 파생상품에 투자한 헤지펀드, 투자은행, 보험회사들로 부실이 연결됐습니다. 서브프라임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다보니,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다보니 대출회사들과 투자회사들의 손실이 급속도로 확대된 것입니다.
전방위 확산, '알트A'를 넘어
이처럼 서브프라임 대출이 망가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금융기관들의 부실도 부실이지만, 알트A와 프라임으로 부실이 옮겨가는 것 아니냐였습니다. 그런데 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알트A 부실 문제는 그동안 서브프라임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올 초 신용평가사들이 일부 알트A 채권에 대해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향후 주택시장의 경기가 더욱 침체되면 알트A 모기지론의 연체율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연체율이 슬금 슬금 늘어나고 있다는 알트A 채권의 신용등급 하향은 알트A 채권 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이를 가지고 있는 투자기관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UBS였습니다. UBS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137억 달러의 4분기 손실 입었는데 이 때문에 가지고 있는 알트A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 것으로 예상되면서 알트A 채권의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했습니다.
'마진콜'의 공포
알트A 채권 가치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알트A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던 투자기관들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그동안 돈을 빌려서 알트A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나 사모펀드가 가장 심각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대규모 자산을 상각한 은행들은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돈도 끌어오고 있는데요, 이보다 앞서 자신들이 돈을 대출해줬던 헤지펀드, 사모펀드로부터도 자금을 회수하거나 돈을 떼이지 안도록 온갖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브프라임에 이어 알트A의 가치 하락으로 펀드들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보이자 은행들은 마진콜을 이 펀드들에 요청했습니다. 펀드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채권을 발행하는데, 은행에 일정 수준의 증거금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증거금 부족분이 생기는데, 이를 채워넣으라는 것이 마진콜입니다.
펀드들도 보유하고 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등 위험 자산들을 헐값에 매각하면서 상당한 손실을 있었는데, 은행들의 계속되는 자금 회수와 마진콜 요청에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선 알트A를 비롯해 건전한 채권, 주식 등 자산들을 헐값에 빨리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또 다시 알트A 채권의 급속한 가치 하락을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마진콜을 맞추지 못하고 청산을 하거나 부도 선언을 하는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이 운영하는 칼라일 캐피털이 은행권의 마진콜 요구에 응하지 못해 디폴트(부도)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칼라일 캐피탈은 국책 모기지업체가 발행한 최우량 AAA 등급 채권에 투자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알트A뿐만이 아니라 프라임도 위태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물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는 말처럼 규모만 크지 않다면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카드 론과 오토 론 연체처럼 실물로 파급되는 부분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서브프라임의 끝은 아직 안보인다는 점에서 전세계 경제의 고민은 이래저래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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