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사회

건교부의 과도한 정보통제

김태훈

입력 : 2008.02.24 11:48


건교부가 1.31 부동산 대책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는데는 일단 성공했습니다.

시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집값을 잡았다기 보다는 시장을 냉동시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입니다.

4월 총선 전까지는 더욱 시장을 닦달할 게 분명합니다. 집값이 오르면 정치권 특히 여당에 대한 민심이 급격히 돌아설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후의 사정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요즘 건교부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많습니다.

지난 19일 일입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전국 미분양 가구수를 발표했습니다. 2월 기준으로 12만 가구를 돌파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 직후 스피드뱅크는 건교부 부동산정보분석팀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내용인 즉슨 이렇습니다. "건교부가 미분양 통계를 내놓고 있으니 스피드 뱅크는 자제해달라. 정부가 국가 통계법에 의해 객관적인 수치를 내놓고 있는데 민간업체가 별도로 통계를 내서 발표하면 혼란스럽다"

건교부 통계를 마냥 믿을수만 있다면야 민간 정보업체들이 나서지 않는다고 한들 문제 될 것이 없겠습니다만 사정이 그렇지 못합니다.

건교부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11만 2천 가구를 미분양이라고 발표했는데 그 통계에는 주택법상 사업계획승인 대상이 아닌 3백가구 미만 주상복합의 미분양은 누락돼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서만 지난 1월 주상복합 미분양 315가구가 통계에서 빠지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건교부 통계는 건설사들이 '자율적으로' 통보하는 미분양 수치를 합산해서 나오는 것인데 건설사들은 실제 미분양 물량에서 많게는 50% 정도 축소한 뒤에 통보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건교부의 통계가 정확할리 없겠지요.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의 통계 역시 얼마나 정확할지 의문이지만 정보업체들은 분양사무소, 주변 부동산을 '밀착취재'해서 미분양 수치를 빼내기 때문에 건교부 통계보다 조금은 정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건교부는 정보업체들이 몇년째 해온 미분양 통계를 내지 말라고 한 것이지요. 정보업체한테 정보장사를 하지 말라고 한 셈입니다.

이런 사례가 하나였다면 '지나친 정보통제'라는 표현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건교부는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미분양 통계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하네요.

미분양 통계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건설사들이 자율적으로 통보한 것을 취합하는 것인데, 경로가 이렇습니다. "건설사→지자체→건교부"

각 지역별 미분양 통계가 지자체를 거쳐 건교부로 가는 것이지요. 광역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취합한 것으로 인터넷에 공개하는데 건교부의 최종 통계보다 좀 일찍 공개됐었습니다. 건교부가 그걸 제지한 것입니다. 건교부가 공개한 뒤에야 지자체는 따라서 하라는 것이지요.

건교부 뜻대로 미분양이 폭증한다는 사실을 늦게, 축소해서 알리면 그만큼 국민들에게 미분양 사태의 위험성이 늦게, 축소돼서 전해질 뿐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건교부는 투기 우려 지역에서는 인터넷 모델하우스도 공개하지 말라고 건설사들에게 압력을 넣었습니다. 아무리 투기 우려 지역이라고 하지만 전재산을 걸고 집을 사는데 집 모양도 못 본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입니다. 집이 어떻게 생긴지 안보고도 집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투기 아닐런지요.

건교부가 집값과의 전쟁을 펼치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허나  이정도로 정보를 통제하고 시장에 개입하면 명분마저 훼손될 수 있습니다. '반칙'으로 시장을 잡으면 꼭 뒤탈이 따르기 마련인데 부동산 기자로서 은근히 걱정이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