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가 협상을 타결한 참여정부에서 결말을 짓지 못하고 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참여정부 임기 중 마지막 국회였던 2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되기를 바랐던 정부는 5월 말께 종료되는 17대 국회 임기 중에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는 간절한 기대를 밝히고 있지만 4월 9일의 총선과 6월의 18대 국회 구성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전망이 불투명하다.
6월부터는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어 자칫하면 한.미 양국에서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2월 임시국회 처리 무산
정치권은 정부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제출 5개월여 만인 지난 11일 소관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비준동의안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심의를 시작했지만 한 차례의 공청회를 끝으로 2월 국회에서의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만나 2월 국회 처리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확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은 2월 국회 통과를 적극 추진했지만 한.미 FTA 협상 타결 당시 여당이었던 통합민주당은 쇠고기 협상이 안됐고 미국이 비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2월 국회 처리를 반대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농촌 의원들의 반대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앞두고 한·미 FTA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계층의 표를 의식한 때문이다.
통상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2월 임시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17대 국회 중 처리 기회 있다
김 본부장은 하지만 "17대 국회 임기 중에는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17대 국회를 넘기게 되면 비준동의안은 자동 폐기되고 18대 국회가 구성된 이후 정부의 비준동의안 제출부터 소관 상임위 상정, 공청회, 청문회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돼 시간이 낭비된다.
득표 상황에 따라 한·미 FTA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고 18대 국회가 구성되는 6월이면 미국은 본격적인 대선정국으로 접어들어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예상할 수 있는 기대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인 3월 초나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기 전인 4월 중순~5월 말 기간에 비준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17대 국회 처리 불투명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는 이론상의 기회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 분위기다.
2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대다수 정치인의 관심은 총선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회 관계자는 "3월이면 총선을 한 달 정도 남겨둔 시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상임위는 몰라도 국회 본회의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위해서는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또 4월 총선 이후 6월 18대 국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이 있지만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과 낙선한 의원들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본회의를 소집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낙선한 의원들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더 복잡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새 국회인 만큼 모든 절차를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한·미 FTA 추진 배경, 협상 경과, 협상 결과 등을 또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8대 국회 초반에 비준동의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우리 측의 조기 통과로 미국 측의 비준동의를 압박할 수 있는 힘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18대 국회가 구성되는 6월이면 미국은 대선 정국이 한창이다.
또 한·미 FTA가 미 의회의 하계 휴회 기간인 8월 초까지 의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까지 지체된다고 봐야 한다.
하계 휴회 이후 미국 대선 일인 11월 4일까지는 미 의회가 대선에 전념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선으로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난감해지게 된다.
비준동의안의 미 의회 통과를 위해서는 한.미 양측이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쇠고기 문제도 풀어야 한다.
국책 경제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통상 정책은 경제적 목적을 위해 추진하지만 실행을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력과 정치력이 필요하다"며 "한.미 FTA가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상황이 복잡해지는 만큼 새 정부가 정치권을 설득해 17대 국회에서 마무리 지어야 FTA로 인한 효과를 빨리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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