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명성 이용하려는 상술" 우려 고조
출판가에 자기계발서 돌풍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를 위한'이라고 이름붙은 아동용 자기계발서들도 이상 열기를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가 지난 21일 집계해 발표한 2월 3주차 베스트셀러 집계의 아동부문 순위는 이런 열기를 잘 보여준다.
1~10위 10권 중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부제가 붙은 아동용 자기계발서가 무려 7권이다.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살림어린이),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깊은책속옹달샘), '어린이를 위한 끈기'(위즈덤하우스), '어린이를 위한 청소부 밥'(위즈덤하우스), '어린이를 위한 자율'(위즈덤하우스), '어린이를 위한 이기는 습관'(꿈꾸는사람들), '어린이를 위한 배려'(위즈덤하우스)가 10위권 내에 있어 아동책 순위인지 베스트셀러 종합순위인지 헷갈릴 정도다.
2월 3주차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상위 10위안에도 '시크릿', '마시멜로 두번째 이야기', '몰입', '20대 공부에 미쳐라',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1% 행운' 등 성인용 자기계발서가 6권이다.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은 베스트셀러 종합순위에서도 56위에 올라있다.
가격 8천~9천 원대인 아동용 자기계발서의 판매부수는 예사롭지 않다.
위즈덤하우스와 살림출판사 등에 따르면 출간 2년이 되어가는 '어린이를 위한 배려'가 28만부를 헤아리고 지난해 12월 출간된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도 3만부를 넘었으며, 나온지 2주된 '어린이를 위한 청소부 밥'이 1만8천부나 팔렸다.
출판계에는 2~3년 전부터 외국 저자나 국내저자가 쓴 자기계발서가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책의 아이디어를 빌려 국내 저자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쓰는 방식으로 쓴 아동용 자기계발서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와 비례해 걱정하는 시각도 늘고 있다.
"여러 종류의 책을 따로 따로 읽을 필요가 없다. 재미있는 동화 속에 위인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좀 더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어린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젊은 부모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고 소개하는 아동용 자기계발서가 어린이들의 교양과 독서습관을 제대로 기르는데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몇 년 전만해도 자기계발서 시장의 주독자가 30~40대 남성이던 것이 '마시멜로 이야기'이후 20대로 내려갔고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 시장도 커진데 이어 아동 부문에까지 내려갔다"며 "요즘 아동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암담한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이를 위한…'일색이어서 이 추세로 가면 유아나 태교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한 소장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히기보다 돈벌이나 처세 이야기를 우선 들려주려는 부모들의 자세도 문제고, 판매에 급급해 그런 책들을 양산해내는 출판사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를 위한 자연생태 이야기나 세밀화 도감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 보리출판사의 조병범 영업부장은 "성인물을 어린이책으로 재편집해 내는 것은 마치 성인 옷을 어린이 옷으로 줄여 재단한 뒤 판매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처음부터 어린이책으로 기획된 것이 아닌 것을 재가공해 판매하기 때문에 어린이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내용과 형식이 담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결국 성인 베스트셀러물의 명성을 이용하여 어린이책으로까지 판매하려는 상업 전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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