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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한-쿠르드 유전개발 MOU 승인 안해"

입력 : 2008.02.22 15:37


한국컨소시엄과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대표단이 14일 체결한 유전개발 관련 양해각서(MOU)에 대해 이라크 중앙정부는 "이를 승인한 적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 향후 사업 추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라크 석유부 아심 지하드 대변인은 22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쿠르드 자치정부와 한국컨소시엄의 발표는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측이나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번 MOU 체결 전 이라크 정부에 승인을 문의해 온 바도 없다"며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와 외국 회사가 맺는 어떤 계약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라크는 중앙정부가 배제된 이번 MOU를 사실상 무효로 규정한 셈이다.

이라크 정부는 그간 바그다드 중앙 정부의 승인이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쿠르드 자치정부와 외국 기업이 유전 등 이라크의 에너지 개발에 관련해 맺은 계약은 불법적이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조해 왔다.

또 쿠르드 자치정부와 독자적으로 유전 개발 계약을 맺은 외국 업체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려 향후 이라크 유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데 불이익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어떤 다른 나라도 바그다드 중앙정부와 관련부처를 통해 에너지 개발을 하는 것이 원칙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측 간 MOU의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이라크 석유부는 18일 로이터 통신을 통해 이라크의 유전개발 협력 입찰에 전 세계 에너지 회사 70여 곳이 참여했다며 "다음달 이라크 유전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한 회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었다.

이 입찰엔 로열 더치 셸, 레프솔 YPF 등 유럽, 아시아, 미국의 쟁쟁한 대형 에너지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같은 이라크 파병국에 이라크 유전 개발 과정상 우선권을 부여하는 데에서도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간극이 크다.

지하드 대변인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을 한 것엔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향후 돈독한 상호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반면 최근 방한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는 14일 "파병국의 기업을 우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며 전쟁의 폐허에서 재건에 성공한 한국의 풍부한 경험을 배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유전 등 에너지 개발과 수익을 분배하는 내용의 석유수입법안은 종파·종족 간 이견이 커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국회에 법안이 계류상태다.

특히 이민족인 쿠르드족에 막대한 석유자원 개발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다수 아랍계의 반대로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 갈등이 첨예하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중앙정부의 경고에도 한국을 포함한 외국 에너지 기업과 독자로 20건의 유전 개발 및 생산물 분배 계약을 잇따라 체결, 유전을 둘러싼 양측의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앞서 한국석유공사는 14일 한국 컨소시엄이 쿠르드 자치정부와 인프라 건설과 이라크 북부 K5 광구 등 4개 유전지대의 개발을 연계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계속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한국 컨소시엄은 쿠르드와의 계약을 파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장악력이 강하지 못한 이라크 중앙정부의 상황과 자원개발 관련 권한을 중앙정부의 전권사항으로 명시하지 않은 이라크 헌법조항 등을 근거로 볼 때 정치적, 법적 측면 모두 이번 계약은 문제가 없다는 게 컨소시엄 측의 판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쿠르드 정부가 어떤 형태의 타협을 하게 될 경우 어느 한 쪽만의 입장을 반영해 타협내용이 결정되기는 어렵다"며 "MOU를 기반으로 최종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삼천리 측은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자치정부와 계약을 맺어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의지대로 쿠르드지역 사업이 중단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두바이.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