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값 급등…경북 양돈농가 "대책이 없다"
"사료값은 치솟는데 돼지 가격은 떨어지고..사료 외상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다 결국 경매에 넘어가는 거지."
대규모 돼지농장이 밀집해 있는 경북 경주 외동지역 농민들은 20일 국제 곡물가격 인상으로 치솟는 사료값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어 한숨만 내쉬었다.
수시로 모여 탈출구를 찾아보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부도 위기 이야기로 되레 걱정만 더해갈 뿐이다.
외동에서 3천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 배만용(60)씨는 "소는 초식동물로 조사료나 볏짚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돼지는 배합사료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면 몰라도 경기가 나빠 소비가 둔화되면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방법이 없다"며 막막해 했다.
4천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김남극(48)씨는 "당장 해결책이 없어 보통 3개월 정도인 사료값 외상 상환기한을 좀 더 연장했지만 결국 빚만 늘어나는 꼴이다"면서 "양돈농가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사료공급업체에서 규모가 작거나 빚이 많은 농가와는 외상거래를 끊을려고 해 상당수 양돈농가들이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돈농가의 현실을 전했다.
영세 양돈농가는 폐업하자니 그동안 진 빚을 갚을 일이 걱정이고 비싼 사료를 먹이자니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요즘은 돼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문경시 마성면에서 한성농장을 운영하는 이한묵(57)씨는 "돼지 1마리를 키우는 데 생산비가 25만 원 정도 들지만 판매가는 21만~22만 원에 불과해 부도날 위기"라며 "여기저기서 부도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남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양돈농가의 채산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료값인데 작년 이맘 때에 비해 사료값이 40% 가량 올라 ㎏당 400원 정도에 달하면서 생산비용 중 사료값 비중이 80%에 이른다는 것이 농민들의 얘기다.
반면 돼지출하가격은 110㎏ 기준으로 작년 이맘 때 22만6천 원이었으나 현재는 19만5천으로 떨어져 양돈농가는 말그대로 '손해보는 장사'만 하고 있는 셈이다.
한성농장 이 씨는 "이달 25일이면 7% 가량 또 다시 사료값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걱정"이라며 "돼지 2천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작년 초에만 해도 한 달 사료비가 4천만 원 정도 들었지만 지금은 5천500만 원이 든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마늘 먹인 돼지로 유명한 의성지역의 한 양돈 농민은 "특화된 돼지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사료값이 몇개월 동안에만 30% 가량 올라 애를 먹고 있다"면서 정부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사료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140만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경북지역 1천200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유가 인상으로 해상운송비가 증가되고 지구온난화 등 기상여건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해 배합사료에 주로 사용되는 옥수수와 콩의 수입가격이 2년새 2배 정도 올랐다"면서 "곡물이 예전에는 식용과 사료용으로만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바이오에너지 원료용으로도 쓰이고 있어 공급부족과 가격 상승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주.문경.의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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