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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 단골 '소공동 이발사' 청와대행

입력 : 2008.02.17 08:29|수정 : 2008.02.19 08:56

"실력있으면 대통령 앞이라도 떨리지 않아"


헬스클럽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머리를 깎아주던 이발사가 청와대 전속 이발사가 됐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헬스클럽 이발소에서 29년째 일해온 박종구 씨가 그 주인공.

박 씨는 헬스클럽 회원이었던 이 당선자가 종종 들러 머리를 깎으면서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박 씨는 16일 이발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제가 여기서 오래 일했고 그 분이 회원이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지 별다른 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다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해선 자부심이 대단했다.

"나는 손님에게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 라고 묻지 않습니다. 제가 봐서 제일 잘 어울리는 머리로 해 줄 자신 있으니까요."

그는 "내 기술에 자신이 있다면 대통령 앞이라고 떨 이유가 없다"면서 "대통령 이발사를 소재로 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웃었다.

오랜 세월 서울의 중심지에서 이발사로 일해 오면서 박 씨는 정치인과 재벌 등 많은 유명인사들의 '머리'를 책임져 봤다.

박 씨는 "연예인은 별로 안 오지만 재벌이나 정치인은 많이 만나봤다"며 "이건희 회장은 전담 이발사가 있는 것 같지만 작고한 정주영 회장 머리는 직접 깎아봤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머리를 깎으면서도 일 얘기는 하지 않고 사회 돌아가는 얘기나 신문에 나온 재미있는 얘기들을 하곤 했는데 정 회장은 가끔 사업 얘기도 하곤 했다"고 기억했다.

박 씨는 "이제 내 나이도 50대 후반으로 넘어가는데 자식이 어렸을 때는 이발사를 하고 싶어하더니 요새는 안 한다고 하더라"며 아쉬워 했다.

이달 24일을 끝으로 29년 간 지켜온 일자리를 떠나 청와대로 옮기는 그는 "별 일도 아닌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괜한 일로 (당선인께)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며 사진촬영을 끝내 사양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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