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의 태풍이 점점 더 커지는 모습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라는 부동산 대출 상품이 파생상품이라는 선진 금융기법을 만나 '괴물'처럼 커진 뒤 금융위기를 가져오더니 이번에는 채권보증업체들의 연쇄부도라는 '공룡' 이 한걸음씩 다가오는 상황입니다.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에 채권보증업체들이 투자해 손실을 본 점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폭풍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채권보증업체의 연쇄부도의 본질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붕괴'라는 보다 큰 위험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채권보증업체는 쉽게 설명하자면 기업이나 각종 기관들이 돈이 필요해서 발행한 채권에 보증을 서 주는 업체입니다. 기업이나 기관들은 채권보증업체의 보증을 받으면 시장에서 좀더 좋은 조건으로 채권을 팔 수 있고 채권보증업체는 그 대가로 보증수수료를 받는 거죠. 회사가 발행한 채권, 학자금 대출 기관이 발행한 채권, 자동차를 담보로한 채권 등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채권을 보증해 줍니다. 당연히 '초저금리 시대'에 모기지 관련 채권도 보증을 많이 섰습니다.
채권보증업체는 최우량 신용등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보증해 줄 수 있는 건데요. 이 채권보증업체들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손해를 보면서 신용등급이 깎이며 연쇄부도 위기에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피치사가 미국 2위 채권보증업체인 암박(Ambac)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데 이어 무디스가 미국 4위의 채권보증회사 FGIG의 신용등급을 한 꺼번에 무려 여섯 단계나 낮춰 버렸습니다.
미국 1위 업체이자 세계 1위 금융채권보증업체인 MBIA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인 쪽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유는 이들 업체들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손실이 생겼는데 이를 메울 자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주요 채권보증업체 본사가 있는 뉴욕주의 엘리엇 스피처 주지사는 "채권보증업체들이 다음주안에 자금 수혈을 못하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왜 채권보증업체가 흔들리는 것이 중요하냐구요?
채권보증업체가 보증한 전체 채권 규모만 2조 4천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전체 피해 규모가 아무리 많아도 5천억 달러를 넘지 않는다"고 한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말을 생각해 보면 그 파장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앞서 설명한 대로 '금융시장의 신뢰가 붕괴' 됐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돼 현금처럼 거래가 쉽게 되면 우량 채권들이 채권보증업체들이 흔들리자 거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회사채와 자동차 담보채권은 물론 학자금 대출 기관에서 발행한 채권까지 팔리지 않게 됐습니다. 채권을 발행한 기관들이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부실이 생겼다기보다는 채권보증업체가 흔들리자 채권 시장, 넓게 보면 금융시장 전체를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학자금을 대출받아야하는 대학신입생들은 어려움을 겪게 됐고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회사도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분석으로는 채권보증업체 등급이 한 단계 강등될 경우 220억 달러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하고 4단계가 강등될 경우 6배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채권보증업체가 흔들릴 경우 씨티와 메릴린치, 크레디 애그리콜(CA), 소씨에테 제네럴(SG)-금융사고난 그 회사- 등이 피해를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채권보증업체들이 다음주까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얼마나 큰 연쇄 파장이 금융시장에 불어올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어쩌면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훨씬 규모가 큰 '쓰나미형 서브프라임 사태'가 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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