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조강지처클럽'으로 성공적 복귀…"모든 것이 마음을 열고 닫는 문제더군요"
SBS TV 주말극 '조강지처클럽'(극본 문영남, 연출 손정현)의 시청률이 1월 들어 20%(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넘어서더니 37·38회가 연속 방영된 10일에는 23.7%와 24.8%를 기록했다. 이날 수도권 시청률은 26.5%와 28.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월29일 첫 회 시청률은 14.1%. 80회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준비운동을 마치고 이제 활주로에 들어선 상태다. 어디까지 날아갈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디까지든 날아갈 태세다.
그 가운데에 오현경(38)이 자리하고 있다. 김혜선과 공동 주연이고 안내상 손현주 오대규 등 쟁쟁한 연기자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10년 만에 컴백한 오현경이 기울이는 육체적·정신적 노력은 시청자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기쁘죠. 촬영장 분위기도 정말 좋아요. 팀워크가 끝내주고 무엇보다 같은 '조강지처'인 김혜선 언니와는 대학(단국대 연영과) 시절부터 삼총사로 지내왔던 터라 10년 만의 연기가 어려워도, 부담이 커도, 재미있어요."
강추위가 몰아친 13일 경기도 고양시 탄현 SBS 제작센터에서 오현경과 마주앉았다. 미스코리아 진(1989) 출신의 미녀에게는 세월도 더디게 비켜가고 있었다. 극중에서도 초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이고, 실제로도 여섯 살짜리 딸의 엄마이지만 희한하게도 그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앳된' 기운이 느껴졌다.
"우리 동네 엄마들 보면 정말 장난 아니에요. 너무너무 어려 보이고 다들 아가씨 같아요. 그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닌 걸요."
지난해 컴백 기자회견에서 복잡한 심경을 담은 눈물을 흘리며 "죽을 만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다. 방송 5개월째로 접어든 현재 그는 "정말 좋고, 고맙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생글생글 웃는다.
"진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연기력이 뛰어난 '국민 배우'도 아니었고, 다시 연예계로 돌아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어요. 앞으로의 내 인생을 살기도 바쁜데 다시 옛날처럼 휩쓸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좌지우지되고 싶진 않았어요. 또 혹시 잘못 컴백했다가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구요. 그동안 주변에서는 연기를 다시 하라고 숱하게 권유를 했지만 전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내 인생인데 내가 하고 싶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는 정상의 위치에 있던 1998년 사생활이 노출된 비디오 파문으로 연예계를 떠났다. 이후 몇 차례 그의 복귀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고 그는 2004년 골프의류사업(JY골프)에 뛰어들었다.
"지난 10년간 제가 컴백하겠다고 나섰던 적은 없었어요. 생각해보세요. 돌아오고 싶었겠어요? 전 '끼'도 별로 없고 평범한 삶이 참 좋았어요. 또 연예계가 날 거부하는데 사업으로 보란 듯이 성공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두 달에 한 번꼴로 어떤 식으로든 제 기사가 꼭 나왔다는 거예요(웃음). 기가 막힌 노릇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은 잊혀지지 않기 위해 별별 노력을 다 하는데 난 가만히 있었음에도 그렇게 기사가 나왔으니 이것도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지금도 촬영이 없는 날에는 골프의류업체 일로 분주한 그가 생각을 바꿔 컴백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삶에는 어떤 '기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영남 작가 선생님을 비롯해 '조강지처클럽'을 둘러싼 모든 조건이 제가 복귀를 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복귀하기를 거부했는데 이 드라마 제안을 받으면서는 별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지었어요. 그때 생각했죠. '아 내게는 10년이 필요했구나. 덕분에 내가 이만큼 단단해졌구나'라구요. 지난 10년이 있었기에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신경 안 쓸 수 있게 된 거죠."
그는 "모든 것이 마음을 열고 닫는 문제더라. 컴백을 통해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싱긋 웃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말이 '싱긋'이지 오현경에는 '싱긋'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비디오 파문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악관절 이상으로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제 턱은 조각조각 잘라진 뼈가 수많은 나사로 고정돼 있어요. 그 때문에 항상 마취 풀리기 전 얼얼한 상태와 같아요. 어느 정도 마비가 돼 있는 거죠. 수술 과정에서 세포가 많이 끊어져 제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들이 움직여요. 그래서 평상시에 말을 하는 것도 보통 사람에 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실 전 연기를 하면 안되는 상태입니다. 조금만 피곤해도 턱에 무리가 가요."
'조강지처클럽'에서 오현경이 맡은 화신은 어린 나이에 시집와 가정을 위해 헌신했지만 남편이 연상의 여자와 외도를 하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화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극단적'이라는 지적도 있고, 드라마의 표현 수위에 대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현실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은 이보다 훨씬 더 지독하잖아요.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숨기고 감추기를 좋아하는데 우리 드라마는 속시원히 보여주고 있구요. 무엇보다 시대가 변했고, 시사ㆍ다큐에서 훨씬 더 적나라한 것을 보여주는 현실에서 '조강지처클럽'의 스토리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남편에게 버림받으며 눈물로 지새우던 화신은 17일 방송되는 40회 말미에 대변신을 한다. 집안일에 파묻쳐 자신의 외모를 돌볼 줄 몰랐던 그가 외양적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외양의 변신은 머지않아 내면의 변신으로 이어지고 화끈한 복수가 잇따르게 된다.
"화신은 싱글맘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요즘 이혼율이 높다고 하지만 자신의 일을 갖지 않고 살림만 하는 여자들에게는 여전히 이혼이 먼 일이에요. 화신이 딱 그렇잖아요. 남편이 자기를 내쫓고 다른 여자를 집에 들였음에도 아직은 이혼만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잖아요. 하지만 화신은 서서히 변화해갑니다. 그 모습에서 많은 분들이 대리만족과 희망을 얻을 거라 기대해요."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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