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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보 1호인 숭례문이 화마에 휩싸여서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는데요. 도내에 있는 문화재도, 제대로 된 재난 설비를 갖춘 곳이 거의 없어 화재에 매우 취약한 실정입니다.
하원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보물 3백 8호로 지정된 호남의 상징 풍남문.
소방관과 함께 현장을 점검해 봤습니다.
성곽 계단을 따라, 맘만 먹으면 누구든 성루에 올라갈 수 있지만 관리인은 물론 감시카메라도 없습니다.
나무로 된 천장과 기둥에는 자동으로 화재를 탐지하는 경보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방화 설비라고는 간이 소화기 6대가 전부입니다.
[구본배/전주 완산소방서 : 사람도 없고, 감지설비도 없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초기진화가 어렵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객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관리인이 있기는 하지만 화재 경보시설이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건물 바깥에 있어야 할 소화기는 모두 방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나마 소화기가 있는 방문은 모두 굳게 잠겨 있어서 비상시에는 꺼내기조차 어렵습니다.
[객사 관리인 : 원래는 이렇게(바깥에) 놔야죠. 그런데 담이 낮잖아요. 저녁에 와서 가져가는 분실 위험이 있으니까.]
조선 중기에 지어진 전주 향교도 화재에는 속수 무책입니다.
지은지 4백 년이 넘은 이 명륜당은 소방차 잔입도로에서 무려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불이 났을 경우 초기 진화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소방도로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문화재라 함부로 손댈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전주시 관계자 : 소화전, 소화기만 있으면 된다. 소화기가 비치돼 있고, 법적인 하자가 없지만은 막말로 불의의 사고가 난다고 하면 그건 어떻게 하겠어요.]
도내 지정문화재 2백20곳 가운데 소화전이 설치된 곳은 46곳에 불과합니다.
10곳 중 8곳은 불이 나더라도 물을 실은 소방차가 올 때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불이 났을 때 자동으로 소방서에 알려주는 감지설비는 한 곳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설마하고 화재 예방에 손을 놓는다면 수백 년을 이어온 선조들의 유산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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