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 피의자의 범죄 재구성
숭례문 화재 피의자로 경찰에 붙잡힌 채모(70)씨는 시너 3병과 일회용 라이터 1개로 '국보1호'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든 것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12일 합동수사본부의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채씨는 범행 당일인 10일 오후 3시께 이혼한 아내의 주거지인 강화도에서 일산으로 이동한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시청과 숭례문 사이에서 하차해 도보로 숭례문까지 이동했다.
채씨가 숭례문 앞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8시40분 전후로 추정된다. 채씨는 8시45분께 숭례문 서쪽의 경사지를 기어 올라간 뒤 다시 준비해온 접이식 알루미늄 사다리를 사용해 숭례문 서쪽 성벽을 넘어 바로 2층 누각으로 잠입했다.
채씨는 여기서 미리 준비한 시너가 담긴 1.5ℓ 페트병 3개 중 2개를 바닥에 놓고 나머지 한 병의 뚜껑을 열어 시너를 바닥에 뿌렸다. 그리고 곧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경찰은 발화 시각을 목격자 신고가 들어온 오후 8시45~48분께로 추정하고 있다.
숭례문 화재 직후 목격자들은 "60대 전후의 남성이 등산용 배낭과 사다리를 메고 누각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바 있다.
채씨는 당시 현장에서 방화에 사용한 일회용 라이터 1개, 사다리 1개, 배낭 등을 현장에 두고 처음 침입했던 방향으로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가져왔던 범행 도구들은 거의 현장에 둔 채였다.
경찰 역시 지난 11일 현장 감식을 통해 "라이터와 알루미늄 사다리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해 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채씨는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인근 지하철역으로 이동한 뒤 지하철 및 버스를 번갈아 타고 아들이 살고 있는 경기도 일산으로 이동했고, 다시 이혼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강화도로 몸을 피했다.
경찰은 "강화도에 가서 채씨를 붙잡았을 때 전혀 숨거나 도망가려는 모습이 아니었다"며 "오히려 누군가 이미 자신을 잡으러 올 줄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채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1997-1998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본인 소유의 주거지가 재건축되는 과정에서 시공사 측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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