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일명 남대문)이 국보로는 '1호'로 지정돼 있지만 문화재적 가치와 위험도 등에 따른 방제 우선 순위는 48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문화재청이 지난 2006년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중요 목조문화재 방제시스템 구축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방제 대책 수립과 위험 제거 등을 위한 우선 순위에서 숭례문은 124개 중요 목조문화재 가운데 48번째에 그친 것으로 보고됐다.
방제대책 수립이 시급한 목조문화재로는 해인사가 1순위로 선정됐고 송광사, 쌍계사(하동), 운문사, 장곡사, 신륵사, 소수서원, 부석사, 통도사 등 순이었다.
이 연구조사는 현장 조사 등을 통한 위험군(1-5군) 및 위험 가중치(0-75)와 문화재적 가치를 평가한 문화 가중치(0-25), 화재위험 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뤄졌다.
숭례문은 이 평가에서 위험 가중치는 43.25로 중간 정도의 평가를 받았으나 문화 가중치와 화재 위험지수는 각각 5와 48.25로 낮아 전체적으로 위험군에서 4군으로 분류됐다.
최우선 등급(1군)으로 분류된 해인사의 경우 위험 가중치는 50, 문화 가중치는 25, 화재 위험지수는 75로 평가됐다.
문화재청은 이 연구조사 등을 토대로 지난해 15억원(국비.지방비 각 7억5천만원)을 확보해 해인사 대장경판전과 봉정사 극락전, 무위사 극락전, 낙산사 건칠관음보살좌상 등 4곳에 최첨단 방재시스템을 구축해오고 있다.
이 같은 예산 확보 및 사업 진척 속도를 볼 때 숭례문에 언제쯤 첨단 방재 시스템이 구축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첨단 방재시스템이 구축되면 자동화재탐지지설을 비롯해 소화총 등이 설치돼 화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전문 용역 결과 등을 바탕으로 우선 순위를 매겨 방재 시스템을 구축해 갈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숭례문은 조선왕조가 한양 천도 후인 1395년(태조4년)에 한성 남쪽의 목멱산(남산)의 성곽과 만나는 곳에 짓기 시작해 1398년(태조7년)에 완성됐으며 이후 500년 동안 몇 차례의 보수를 거쳐 지금까지 전해져 왔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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