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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원형관리?" 문화재보호법 허점 투성이

입력 : 2008.02.11 11:28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붕괴된데는 '원형 관리' 만을 강조해 화재설비 설치를 제약하고 있는 문화재보호법 법규도 영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화재 예방'에 취약한 문화재보호법 = 현행 문화재보호법 제3조는 '문화재는 원형 관리를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시설 등이 들어가는 화재 감지기 등 화재 경보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소방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10일 숭례문 화재 당시 숭례문에는 1, 2층에 나뉘어 비치된 소화기 8대와 상수도 소화전이 소방시설의 전부였으며 화재 감지기 등 화재 경보설비는 없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의 원형 관리를 위해 소화기 등 간단한 소방 시설만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화재 감지기 등 기계 장치를 부착하는 것은 문화재 훼손 등의 문제 때문에 어려운 형편이다"고 털어놓았다.

또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소방관련 규정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소방시설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일반 건물과 같이 문화재의 높이와 넓이 등을 기준으로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숭례문은 1층과 2층을 다 합쳐도 311㎡에 불과해 소화기만 의무적으로 설치하면 된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소방당국에 즉시 알려주는 자동화재보고 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소방법에서 규정하고 있다"며 "문화재 화재 예방을 위해서 우리도 문화재에 화재 예방 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 이후 중요 목조문화재가 산불 등으로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차로 해인사, 봉정사, 무위사, 낙산사 등 4곳에 수막설비, 경보시설 등을 설치했다.

숭례문도 우선 구축대상인 중요 목조문화재 124개에 포함돼 있으나 우선 순위에 밀려 아직까지 방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이번에 전소되는 큰 피해를 입게 됐다.

◇ 지자체 관리도 허술 = 숭례문의 경우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청이 기초자치단체인 서울 중구청을 관리단체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 중구청에서는 숭례문에 대해 평일의 경우 일반직 직원 1명과 상용직 직원 2명 등 3명이 상주하며 관리하고 있으며, 휴일에는 단 1명만이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더욱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는 숭례문에 단 1명도 상주시키지 않은 채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를 통해 주로 주변 경비만 하는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과 같이 직원들이 퇴근한 뒤 발생한 화재 상황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숭례문에 상주직원만 있었더라면 화재를 사전에 방지하지는 못했더라도 초동 진화는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숭례문의 경우 평일 주간에 3명이 상주하고 있지만 숭례문의 이상 여부에 대한 감시와 외부인 통제, 출입문 개폐, 관광객 안내 등이 주요 업무"라며 "야간에는 무인경비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이번과 같은 사고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