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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특검, 첫 입건…증거인멸 '견제카드'

입력 : 2008.02.05 13:29


삼성 특검팀이 5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물을 없애려 한 혐의로 삼성화재 임직원 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것은 삼성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시도를 막기 위한 '견제카드'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경영권 승계, 정·관계 로비 등 특검팀이 전력을 다해 수사 중인 '3대 의혹'에 비하면 삼성 계열사 임직원의 '수사방해 사건'은 작은 지류(支流)에 불과하다.

특검팀이 중요 의혹들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제쳐두고 이처럼 하위 사건에 연루된 삼성측 관계자들의 신분을 피의자로 바꾼 것은 `강적 중의 강적'인 삼성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피의자는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 등의 방법으로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고 잠적시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어 당사자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다.

또한 동행명령제 조항에 대해 한차례 위헌 결정이 내려져 참고인 신분인 자를 강제로 소환할 수 없는 형편을 감안하면 피의자 입건이 수사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삼성측의 조직적인 수사방어 전략 때문에 고전해 온 특검팀으로선 이번 입건 조치를 통해 `수사를 방해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을 수도 있다.

그동안 특검팀은 삼성측의 비협조와 증거인멸 등으로 수사에 애로를 겪어왔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 삼성그룹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전략기획실 등 이번 사건의 요충지들을 성역없이 압수수색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던 경우가 잦았다.

특검팀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나가 보면 인사부서인데도 인사자료가 없고 재무부서에서도 재무자료가 없다"며 "중요 물증을 치워 놓았을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기본적인 자료까지 찾지 못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참고인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는 점도 난관이었다.

그룹 임원들이 배가 아프다는 이유 등으로 소환에 불응하거나 차명 가능성이 짙은 계좌에 대해 "내가 직접 관리한 계좌"라며 짜맞춘 듯한 진술을 해 왔다는 게 특검팀의 전언이다.

이런 점에서 특검팀이 증거에 손을 댄 혐의자들을 조기에 입건 조치하고 그 `윗선'의 지시 여부까지 조사하는 것은 삼성측의 증거인멸과 비협조를 어떻게 해서든 견제하지 못하면 향후 의혹 규명도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으로는 이번 입건 조치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신속하게 접근하겠다는 특검팀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피의자가 된 김 전무와 김 부장은 고객 보험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화재의 임직원이라는 점에서 특검팀이 이들을 압박하며 발빠르게 해당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증거인멸 행위가 특검법과 형법에 모두 위반되는 사항이지만 이들이 삭제했다는 자료가 핵심적 증거였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가 어렵다는 견해도 이런 분석과 맥락을 같이 한다.

특검팀이 이들이 삼성화재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일단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한 뒤 보강수사를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