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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에 소송까지"…'바람잘 날 없는' 삼성

입력 : 2008.01.31 14:20|수정 : 2008.01.31 14:20


'비자금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 취임 후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그룹은 31일 법원이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자 "바람잘날 없다"며 낙담했다.

삼성은 지난해 11월말 전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부정.비리 의혹 폭로 이후 특별검사 수사를 받게 된 데 더해 지난해 12월에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사고에 삼성중공업이 당사자로 연루되면서 큰 시련을 겪었다.

이번에는 '단군 이래 소송금액상 사상 최대 규모'로 일컬어지는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에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패소함으로써 또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이처럼 이어지는 '악재'는 삼성이 지난해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았고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는 등 그룹 진로의 중대한 고비에 터짐으로써 삼성에는 허탈감과 위기감을 더해주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법원이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에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데 대해 "판결이 삼성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것으로 일단 판단된다"며 "그러나 많은 쟁점에서 삼성이 패한 것은 예상밖이다"며 재판결과에 대해 실망감을 비췄다.

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은 1995년 출범한 삼성자동차가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서울보증보험 등 채권단이 입은 손실에 대해, 이를 보전하라며 이건희 회장이 소유중이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삼성생명 주식으로도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할 수 없으면 이 회장과 삼성 계열사들이 추가로 보전키로 하는 데 합의했었다.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 지연 등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현금화하지 못하자 부채 원금 2조4천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천880억원, 위약금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당시 합의는 채권단의 부당한 강요로 인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며 더 이상 채권단의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질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삼성생명 주식을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삼성생명 주식 증여 외 더 이상 책임을 지는 행위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원이 합의서 무효라고 주장한 삼성의 입장을 기각함에 따라 삼성으로서는 이 소송과 관련해 매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은 이번 판결로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와 관련한 실질적인 부담이 상당히 감소했다.

채권단은 당초 삼성에 부채, 이자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이중 원금 1조6천여억원, 이자 6천여억원 등 약 2조3천억원만 삼성이 부담해야 할 금액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아직까지 이번 판결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그동안 합의서가 강압에 의해 이루어졌다며 무효라고 강력히 주장해온 데다 소송 규모가 워낙 커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은 삼성자동차 경영 실패 및 부채 문제가 그룹으로서는 떠올리기조차 싫은 뼈아픈 과거이자 큰 부담인데다 '삼성 특검', 태안기름 유출 사고 등으로 인해 그룹에 쏠리고 있는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고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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