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로보트태권브이를 200억 원대의 제작비를 들여 실사영화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결혼이야기],[은행나무침대] 등을 통해 9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를 선도했던 영화 제작자 신철 씨가 있습니다.
신씨네라는 영화사 대표로 한국 상업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굵직한 작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다가 90년대 후반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액션배우 브루스 리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4~5년을 보낸 뒤 다시 돌아와 이번에는 [로보트 태권브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를 세우고 애니메이션 복원, 캐릭터 머천다이징, 테마파크 건설 등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신철 대표)
지난해 그 첫 성과물로 76년 작품의 디지털 복원판을 개봉했는데 당시 구닥다리 애니메이션을 누가 와서 볼까 하고 반신반의했지만 전국 75만 명이라는 놀라운 흥행성적을 거둔바 있습니다. 저도 그때 아들과 함께 봤는데 우려와 달리 아이가 비교적 재미있게 몰입해 보더군요.
원래 제대로 준비를 해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는데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화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고 관계자들은 준비를 위해 뜬눈으로 밤을 새거나 2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고 하더군요. 사회자가 공지사항을 안내하다가 "점심식사 장소는 저희 직원을 쫓아가시면 됩니다"라고 말실수를 했다가 즉석에서 신철 대표가 "쫓아가는 게 뭡니까? 모시고 간다고 해야지"하는 타박을 들었는데 신 대표도 발표도중 순서를 헷갈려하는 등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신 대표는 캐릭터 상품에 대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생산업체인 반다이는 우리나라 완구업계의 조선총독부로 불린다"고 언급했고 원신연 감독도 "제 딸이 7살인데 집에 가보면 일본 애니메이션만 줄곧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완구를 갖고 노는 모습을 보며 우리 것이 있어야하지 않겠나하는 것도 감독 참여 결정을 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신 대표는 감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원 감독의 '구타유발자들'을 보았고 보고나서 '이 감독은 괴물이다'라고 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고 즉시 극장으로 가서 '세븐데이즈'를 관람했고 그것도 모자라 이전에 만들었던 '빵과 우유' 등 단편영화도 모조리 구해봤다고 말했습니다.

(원신연 감독)
그리고 나서 원 감독에게 한번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다는데 영화계에서 하늘같은 선배님의 문자를 받은 원 감독은 "혹시 로보트태권브이 프로젝트를 맡아달라는 얘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했고 정중히 거절해야하는데 찾아뵙고 말씀드리는 게 예의일 것 같아 만났다고 털어놓더군요.
이런 저런 상황과 계획을 설명 듣고 그 자리에서 거절하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돌아와 차기작품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데 시나리오 주인공이 자꾸 태권브이로 보이고 태권브이가 전투하는 장면이 계속 떠오르더랍니다. 그러고 나서 이거 참 이상하다. 내가 이걸 해야만 하는 인연 아닐까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합니다.
일단 원작은 미디어다음에 연재되며 월 210만 조회 수를 기록한 'V'를 원작으로 하는데 원작의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재미와 새로운 볼거리를 추구하는데 집중해 각색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또 실감나는 시각효과를 위해 매크로그래프, 모팩, 인디펜던스, 인사이트비주얼, 디티아이, 이오엔 등 국내 내로라하는 VFX 스튜디오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제가 10월 31일 8뉴스에서 보도했던 ILM에서 일하며 '트랜스포머'의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았던 홍재철 씨도 합류한다고 합니다. 실감나는 도심 액션장면을 위해 최첨단 지리정보시스템 기술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들 업체들은 평소에 라이벌로 경쟁의식이 대단해서 한자리에 결코 모일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태권브이 프로젝트를 한번 우리 손으로 힘을 모아 해보자는 정서가 강하게 공유돼 가능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기자회견장에서 짧은 분량의 테스트 영상도 공개됐는데 일단 기대를 가져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 여름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그때쯤 개봉될 예정인 '트랜스포머2'와 맞대결을 벌일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고 합니다.
회견 말미에 신철 대표는 "지금까지 영화일 하면서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고 돈이 풍족해 남아돌았던 적도 없었다. 하지만 꿈과 희망을 갖고 목표를 추구할 생각이고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태권브이가 갖고 있는 본래적인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하이테크 기술력에 우리만의 감성을 집어넣는 하이터치를 제대로 가미하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고 생각하며 그게 콘텐츠 산업의 특성이기도 하다"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아이디어와 의지를 갖고 살아온 신철 대표와 스턴트맨 출신에 독학으로 영화공부를 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원신연 감독이 만나 만드는 실사영화 [로보트태권브이]가 어떻게 나올지 어린시절 태권브이에 열광해 한여름 땡볕아래 극장을 뱀처럼 휘감는 긴 줄에서 두세시간 기다리며 표를 구해 봤던 한사람의 팬으로서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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