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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의 아름다운 할머니…성금 2천만원 기탁

입력 : 2008.01.30 18:54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묻지 마라"…총총히 사라져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설을 편히 쇨 수 있게 나누어 주세요."

경기도 안산시 사1동 주민센터에 30일 오전 한 할머니가 찾아와 손에 든 큼직한 봉투 하나를 내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봉투를 풀어 본 주민센터 직원들은 벌어진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봉투 안에는 1만원권 100장 짜리 묶음 스무 다발이 들어 있었다.

이강석 동장은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묻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주민센터를 나서려는 할머니의 소매를 끌다시피 해서 동장실로 모셨다.

그러나 할머니는 차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얼마 되지 않지만 불쌍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고루 나눠 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할머니는 주민센터를 나서면서 "내 형편도 그리 넉넉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은 돈이 필요치도 않다"고 말하고 총총히 사라졌다.

주민센터는 부랴부랴 이 할머니를 수소문해 관내의 자그마한 아파트에 혼자 사는 올해 만 88세의 표 모 씨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5년 전 교직자 출신의 남편과 사별하고 2006년 10월 분당에서 이 곳으로 옮겨와 줄곧 '홀몸노인'으로 살아왔다.

하나 뿐인 아들은 8년 전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1동은 일단 할머니가 맡긴 돈을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한 뒤 그의 뜻대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사1동 송해근 사무장은 "오늘 내가 본 할머니는 천사였다"며 가슴 속에 스며든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안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