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사들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상대 진영을 고소·고발한 뒤 오히려 검찰 수사 대상이 돼 뒤늦게 고소·고발을 취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 등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를 제외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서는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검찰 수사는 진행돼 자충수를 두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측은 지난해 17대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대선잔금은 판도라 상자인가'와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대선 직후 재산이 쑥쑥'이라는 기사를 게재한 한 주간지를 상대로 냈던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후보자 비방) 혐의 고발 건을 취소했다.
이 총재측은 "이 잡지가 이 전 총재의 아들 재산 증식 의혹을 보도하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법률지원단이 고발을 했으나 사과를 받았고 관련 기사에 대한 반론문을 실었기 때문"이라고 취소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는 검찰 수사가 대선잔금을 포함한 대선자금 의혹 전반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두 아들인 정연·수연씨와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 등의 검찰 소환조사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고발을 취소해도 공직선거법 규정은 취소 여부와 관계가 없어 검찰로서는 (혐의 유무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고소·고발을 취소하면 수사를 해도 친고죄여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하는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만 의율할 수 없을 뿐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오세인 부장검사)는 이에 따라 '핵심 참고인'인 이 전 총재의 차남 수연씨와 서 변호사를 출국금지 조치한데 이어 조만간 정연·수연씨 형제와 서 변호사, 또 외국으로 나간 수연씨의 친구 정모씨 등을 소환해 대선잔금 용처와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 등을 따질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최재경 부장검사)도 지난해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를 둘러싼 검증 공방 관련 고소 사건을 처리하면서 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가 언론사와 박근혜 후보 측 인사 등을 상대로 제기했던 고소를 취소했지만 명예훼손 혐의 등을 뺀 부분에 대한 수사는 계속했었다.
하지만 고소·고발을 취소하면 '고발인'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바뀌고 검찰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도 검찰은 당시 이 후보의 맏형인 상은씨를 한차례 불러 조사했으나 자금 관리인 등 핵심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해 "서울 도곡동 땅의 김재정씨 지분은 본인의 것이지만 이상은씨의 지분은 제3자의 차명소유"라는 결론을 냈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