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감독:윤인호, 주연:신하균, 변희봉, 15세 관람가)
[더 게임]은 얼핏 페이스 오프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 몸이 바뀐다는 흥미롭고 훌륭한 소재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서 허술한 구멍이 많이 보여 스릴러로서 100% 즐기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가난한 거리의 화가 희도(신하균)는 제2금융권, 쉽게 말하면 사채업계의 큰 손 강노식(변희봉)으로부터 일생일대의 도박을 제의 받습니다. 각자 내놓은 번호를 조합해 휴대폰을 걸어 남자가 받으면 강노인이 이기고, 여자가 받으면 희도가 이기는데 강노인은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걸고 희도는 젊은 몸을 겁니다. 내기 결과가 참 아리송하긴 한데(여기서부터 좀 이상하게 틀어지는 것 같더군요.)
결국 강노인이 이기고 희도가 내기에 지면서 최고의 의료진이 참여해 두 사람의 뇌와 척수를 바꾸는 대수술을 벌이고 두 사람은 몸이 뒤바뀌게 됩니다. 강노인은 젊은 몸으로 향락에 빠지며 승승장구하고 노인의 몸을 받게 된 희도는 절망의 나락에 빠집니다. 희도는 강노인에 의해 억울하게 쫓겨난 원한이 있는 전부인(이혜영)을 찾아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한 작전을 짭니다.
신하균, 변희봉의 일인이역 연기는 탁월합니다. 한 영화에서 상반된 일인이역 연기는 보통의 연기력으로는 엄두내기 어렵고, 잘 해내면 찬사를 두 배로 들을 수 있는 매력적인 연기입니다. 과도한 욕심 부리지 않고 젊은 탈을 쓴 강노인을 연기한 신하균도 균형을 잘 잡았지만 특히 자기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삼촌(손현주)에게 욕 얻어먹고 머리까지 맞아가며 벌이는 늙은 희도를 연기한 변희봉 선생의 연기는 항상 노력하고 연구하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그의 연기 철학이 묻어나는 명연기입니다.
변희봉과 손현주가 나오는 장면의 코미디가 너무 세서 음울하고 심각한 스릴러 장르의 일관성에서 벗어나 보이는데, 차라리 이 소재를 코미디로 밀어붙였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손현주의 연기 내공에 혀를 내두르고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이혜영은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그녀만의 독특한 카리스마를 내뿜습니다. 뇌 이식 수술 장면의 완성도도 무척 높아 시각적 충격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스릴러라면 정교한 이야기 구조와 치밀한 논리로 무장되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군데군데 허술함이 몰입을 방해합니다. 제게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비열함을 가진 강노인이 막판에 방해되는 인물들을 무참히 살해하는데 왜 희도는 수술 직후 자신의 집으로 돌려보내 반격을 준비하게 만들까하는 점이 가장 큰 의문으로 떠오르더군요. 또 문어체 스러운 유치한 말투의 몇몇 대사도 귀에 거슬립니다.
라듸오 데이즈(감독:하기호, 주연:류승범, 황보라, 김사랑, 이종혁)라디오 드라마를 둘러싼 소동을 그린 코믹드라마로 이 분야의 걸작으로 꼽히는 1997년 작 일본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떠오릅니다. 예고편을 접했을 때 류승범의 카리스마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을 것이라 기대하게 만들더니 정작 본 영화는 아쉬운 점이 많이 발견되더군요.
일제강점기, 세상만사 귀찮은 한량 피디 로이드는 사장 지시로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기획하고 당대 최고의 기생 명월(황보라)과 재즈가수 마리(김사랑)등을 섭외해 출연진으로 등장시킵니다.
하지만 그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으니 노작가(김뢰하)는 밑천이 빤해 몇 회를 넘기면서 대본 작성에 허덕이기 시작하고 명월과 마리는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여기에 순진한 독립운동가 K(이종혁)가 경성방송국을 접수하겠다는 불순(?)한 목적으로 음향효과맨으로 잠입에 성공합니다.
인물간의 갈등과 소동, 청취자들과의 교류를 통한 변화 등을 주제로 깔고가는데 편집과정에서 삭제된 건지 이종혁을 제외하고는 가장 중요한 류승범부터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배경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원래는 한량이자 귀차니스트였는데 점점 벌이는 일에 매료되고 변화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감정의 축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게 빠지니 맨송맨송하더군요. 또 답답한 식민지 시대의 애환을 통속 드라마로나마 위안 받는 민초들이 결말에 흥겨운 불꽃놀이로 끝낸다는 설정은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노는 판을 너무 안전하게 좁은 틀에 가둔 듯 한 느낌입니다.
생방송 드라마를 연출하는 류승범의 표정이나 몸짓 연기가 쓸데없이 너무 길게 자주 나오는데다 출연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와 호흡이나 타이밍까지 안 맞아 들어갈 때 잘못되어 끝까지 엇갈려 가는 돌림 노래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황보라의 개성 넘치는 매력적인 입술과 노작가의 아내로 나와 바가지 긁는 여배우의 생동감 있는 인상적인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설 연휴가 시작되는 주에도 두 편의 한국영화가 더 개봉됩니다. 따로 소식 전해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 여기서 간단하게 말씀드리고 넘어갈까 합니다. 김하늘, 윤계상 주연의 [6년째 연애중]은 오래 사귄 연인들의 갈등을 실감나는 대사와 생생한 생활연기로 풀어냅니다. 화면도 예쁜 편이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신현준 주연의 [마지막 선물:귀휴]는 저는 보지 못했는데 본 사람들을 취재해보니 오랜만에 제대로 울려주는 신파드라마라는 평이 우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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