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의 폐지 결정에 '농업적 성과' 홍보
"녹색혁명, 백색혁명에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농업기술을 연구했고 전파했으며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통해 폐지 후 연구기관 전환이 결정된 농촌진흥청이 지난 47년 역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2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해방 후인 1947년 설치된 농사개량원이 현재 농진청의 모태다.
농사개량원은 2년 뒤 다시 농업기술원으로 개편됐으며 기관 명칭은 1957년 농사원으로 바뀌었고 1962년 2국 11개 기관인 현 농촌진흥청의 이름을 지니게 됐다.
농진청은 대부분의 국민이 기억하고 있는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을 지난 역사 중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벼를 육성, 주곡인 쌀의 자급자족을 이룩한 녹색혁명과 비닐하우스 보급으로 한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된 백색혁명이 오히려 농진청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는 내부의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진청의 한 간부공무원은 "일부에서 '1970년대 혁명이라 불렸던 성과 이후에 도대체 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반문이 나올 정도로 농진청 역사에서 녹색.백색혁명은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성과가 이후의 농진청 연구성과와 보급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라고 밝혔다.
농진청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 1990년대 이후 농진청이 이룩한 핵심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농진청은 먼저 기초 분야에 있어 '세계최초 토양전자지도 완성',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계량화' 등을 연구 성과로 뽑고 있으며 작물 분야에서는 '최고 품질 밥쌀용 벼 품종 개발과 보급', '조사료 생산을 위한 목초.사료작물 종자개발' 등을 들고 있다.
또 생명공학 분야의 '농업 유전자원의 국가 관리체계 구축과 활용', '유전자변형작물(GMO) 검정 기술 개발', '농생물에 대한 유전체 정보 해독' 등도 연구성과로 내세우고 있으며 한우의 축산농가 소득원 탈바꿈과 사과 품종 '홍로', 장미와 딸기 국내 품종 육성 등도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농민의 피부에 와닿는 성과로 꼽고 있다.
농진청은 특히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전환됐을 때 문제시 되는 '돈 안되는' 대표적 연구 성과로 토양전자지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전국 토양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토양정보시스템은 1998년부터 9년 동안 진행된 사업으로 토양의 물리적 특성인 배수등급, 자갈함량, 경사도 등과 함께 토양 필지별로 채취, 분석한 산성도와 유기물의 양, 과다집적된 비료 등 화학적 특성을 안방이나 사무실에 앉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농민은 토양전자지도를 통해 자신의 땅에 알맞은 작물을 선택하고 재배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진청은 전국 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 농지는 2~3년, 일반 농지는 4~5년마다 토지 시료를 채취, 새로운 자료를 입력할 계획이었다.
인수위가 농진청 폐지 이유로 들었던 "생명공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구개발은 경직된 공무원 조직이 담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농진청은 나름의 연구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 9개국과 공동으로 벼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완전 해독, 향후 벼 유전정보를 활용한 상품개발에 지분을 확보했으며 세계 최초로 국제 저널에 '벼 흰마름병원균'의 유전체 해독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통일벼 이후 미진한 밥맛 개선을 위해 '일품', '운광', '삼광' 등 고품질 벼 품종 육성과 보급도 농진청이 자부하는 성과 중 하나다.
농진청 관계자는 "녹색.백색혁명 이후에도 일선 농민과 안전한 먹거리를 걱정하는 국민을 위해 꾸준히 기술을 개발, 보급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어려워진 농촌 현실에서 농진청에 대한 농민들의 주문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폐지 소식이 전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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