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뉴스

뉴스 > 국제

'인니의 독재자' 수하르토, 죽음으로 용서받나

입력 : 2008.01.27 17:17|수정 : 2008.01.27 21:43


27일 사망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생전에 경제발전을 일궈낸 '개발의 아버지'와 인권 탄압과 부정 부패를 일삼은 '독재자'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건강악화로 임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도네시아 국민 사이에 그를 용서하자는 동정론이 일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10년 전 그의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끌었던 학생 지도자 아미엔 라이스.

라이스는 1998년 수천 명의 시위대를 이끌고 의사당으로 난입해 "수하르토의 목을 매달아라"라며 격렬한 구호를 외쳤었다.

그랬던 그가 앞장서서 수하르토에 대한 용서를 말한 것.

라이스는 수하르토가 대통령에서 사임한 이후 10년이 흘렀고 4명의 대통령이 바뀌었으나 그 누구도 수하르토를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면서 "이제 늦었다. 그가 죽어 가고 있는 지금이 그를 용서할 때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등 지도층도 수하르토가 재임 시절 경제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그에 대한 관용론을 폈다.

호세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 역시 동티모르 침공 명령을 내린 장본인인 수하르토를 용서하자고 촉구했다.

오르타 대통령은 최근 "과거를 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수하르토가 죽기 전에 그를 용서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처럼 수하르토에 대한 동정론이 제기되는 것은 그가 말년에 보여줬던 일부 '인도주의적' 행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수하르토도 지난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뒤 거액의 배상금 대부분을 빈민을 위해 내놓는 등 뒤늦게나마 민심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하르토 집권 시절 고통을 겪었던 피해자들은 죽음만으로 죗값을 치를 수 없다며 일각의 동정론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수하르토 정부 시절 정치범과 가족 100여 명은 최근 수하르토 가족의 선산이 있는 솔로시에서 "죽기 전에 법정에 세워라"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수하르토는 집권 시절 수 십만 명의 정적을 재판 없이 처형하거나 투옥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국제투명성기구'는 수하르토의 일가가 350억 달러에 이르는 재산을 축적했다며 그를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꼽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