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씨는 부모님과 부인의 오래된 휴대전화 단말기를 새 것으로 교체해 주기 위해 판매점을 방문했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씨의 부모님이나 부인 모두 2년 넘게 같은 이동통신사를 이용해왔기 때문에 우량고객이라고 생각했고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매장을 방문하는 순간 그 희망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 휴대전화 매장을 방문해 새 단말기를 보면 대부분 가격이 30만 원이 넘습니다. 종종 저가 또는 공짜 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2년 이상 된 '나이 먹은 폰' 또는 기본 기능만을 갖고 있는 '기본폰'이 고작입니다. WCDMA 또는 3G폰, 일명 화상폰은 5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품 폰이나 고화질의 사진촬영 기능을 갖고 있는 단말기의 경우 60만 원이 넘습니다. 단말기가 비싸다는 것을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문제는 한 이동통신사에서 장시간 서비스를 받아오던 우량고객이 요즘 천대를 받게 됐다는 것입니다.
김 씨의 부모님이나 부인은 현재 휴대전호 인식번호 011을 사용하고 있고 이 사용하고 있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단말기로 교체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단 하나 뿐입니다.
일명 '기변'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든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고 단말기만 바꾸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이동통신사는 사용자의 월 사용요금을 보고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김 씨의 부모님의 경우 한달 평균 2만 원 정도 사용하기 때문에 보조금이 3만 원 지원됩니다. 한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토로라 레이저를 예로 들겠습니다. 출시된지 2년 된 모토로라의 레이저는 현재 시장에서 30만 원 초반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매장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음)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가격이 30만 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2년된 단말기를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합니다. 한 달에 5만 원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이면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겠지만 이런 고객일수록 더욱 새롭고 고가의 단말기를 원할 것입니다. 자신이 우량 고객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단말기를 교체할 때는 이동통신사로부터 천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매장직원은 굳이 같은 이동통신사를 수년 동안 계속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을 추천합니다. 제가 서울시내에 있는 매장 9곳을 직접 다녀 본 결과 모두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한결같이 '번호이동'을 추천합니다. 통신사를 바꿀 경우 단말기 가격이 절반 이상으로 떨어집니다. 단말기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겠지만 통신사를 바꾸면서 그 동안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제공 받던 각종 혜택과 서비스는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맙니다. 울면서 겨자 먹기 식으로 통신사를 바꾼다 해도 문자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의 전화번호(011,016,017,018,019)를 그대로 사용하기를 원한다면 새로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010 단말기 수와 비교하면, 1/5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단말기가 다양한 3G를 선택하고 기존 이동통신사 서비스를 받을 경우 이동통신 인식 번호 010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불편이 따릅니다. 이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1년 동안 바뀐 번호를 안내방송을 통해 상대방에게 알려준다고는 하지만 수년 동안 사용해온 이동전화 번호를 한 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장 직원은 "1년동안 안내를 해주니까, 불편이 없다. 필요에 따라 안내방송을 1년 또 연장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요즘 개인 주민등록번호 보다는 휴대전화를 요구하는 금융기관이나, 매장 등이 많은데, 이 모든 곳에 일일이 알려야 한다는 불편이 따릅니다. 또 외국인이 전화를 걸어 왔을 때 한국어로만 만들어진 안내 방송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기존의 인식 전화번호는 머지 않아 사용할 수 없게 된다고 매장 종업원들이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오는 3월부터 모든 휴대전화 인식번호는 010으로 통합된다며 신규가입을 권장합니다.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010 통합은 O월 OO일부터 실시된다는 정부의 발표는 아직 없습니다. 010 사용자가 시장에서 80% 이상이 될 경우 010통합 논의를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010 가입자가 전체 80% 이상 되는 시점에 전문기관, 이용자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번호통합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특정 시점부터 모든 국민들이 010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무리 정부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기존 인식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배려라고는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김 씨의 가족은 비싼 가격을 감수하면서 새 단말기를 구입하던가, 저렴하지만 구형 단말기를 구입하던고 아니면 기존의 인식번호를 포기하고 다른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해서 3G 서비스 등 3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새로 가입하는 고객이나 타사에서 번호이동으로 옮겨오는 고객에게는 최고의 가격을 제시하고, 기존에 있던 고객에게는 특별하게 신경쓰는 않는 업체가 섭섭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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