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에서 추석과 함께 관객맞이 대목으로 꼽히는 설 연휴(내달 6~8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달 중순부터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무려 6편이나 된다. 이들 영화는 주로 가족 드라마 또는 코믹 시대극이다. 반면 외화는 블록버스터급이지만 편수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설에는 윤제균 감독과 임창정, 하지원이 뭉친 '1번가의 기적'이 정상에 올랐고 '복면달호' '바람피기 좋은날' '그놈 목소리'가 나란히 뒤를 잇는 등 한국영화가 극장가를 평정한 바 있다.
◇핸드볼 아줌마들의 힘 계속될까
먼저 200만 관객을 돌파한 '우생순'이 '대박' 영화로까지 거듭나 설 연휴에도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생순'은 개봉 이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으며 예매 순위(맥스무비 자료)로도 3주째 1위를 달렸다. 아줌마 선수들의 휴먼 스토리로 입소문이 난 데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관람으로 더욱 화제를 모아 당분간 관객몰이는 순조로울 전망이다.
그러나 설 연휴를 직격으로 노린 작품들이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고 있어 그때까지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 '디 워'조차 정상을 유지한 건 3주간으로, 4주째에는 '화려한 휴가'에 자리를 내준 바 있다.
◇흥행 기대작, 수요일 일제히 개봉
설 연휴를 노린 영화들은 수요일인 31일 일제히 개봉해 전초전을 치른다. 영화는 통상 목요일에 개봉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는 스크린을 선점하기 위해 하루 앞당겨 개봉한다.
31일에는 한국영화 '더 게임' '라듸오 데이즈'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원스 어폰 어 타임'과 중국어 영화 '명장'이 개봉한다.
이어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내달 5일에도 개봉 첫 주 효과를 노리는 영화들이 개봉한다. 한국영화 '마지막 선물'과 '6년째 연애중', 할리우드 영화 '찰리 윌슨의 전쟁'이 대기 중이다.
◇한국영화 '코믹 시대극 vs 가족영화'
한국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훈훈하게 할 가족 드라마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삼아 웃음과 감동을 함께 주려는 코믹 시대극의 대결이 눈에 띈다.
'라듸오 데이즈'와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비슷한 콘셉트로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둘지 관심이 모인다. 이들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촬영된 '모던보이'가 대결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후반작업이 길어지면서 삼자구도는 피했다.
류승범, 이종혁, 김사랑, 황보라가 주연한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방송을 소재로 삼았다. 녹음 중 벌어지는 에피소드로 유쾌한 웃음을 주고 독립운동이란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풀어나가는 등 코미디의 본질을 잊지 않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연기 경쟁을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역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을 만든 정용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소설 '천년의 빛'을 통해 알려진 석굴암의 보석을 모티브로 삼아 1천억 원의 가치에 이르는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가벼운 코미디와 범죄물을 조합한 코믹 활극.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로 관객과 평단의 고른 사랑을 받았던 정윤철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이름만큼이나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CF 퀸' 전지현의 합세로 관심을 모았다. 언론 시사회 이후 대략적인 반응은 "착하디 착한 휴먼 드라마"라는 것. 명절인 만큼 가족이 함께 보기엔 안성맞춤인 셈이다.
'6년째 연애중'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하늘과 가수 출신 배우 윤계상이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멜로물이다. 오랜 연애로 가족처럼 가까워졌지만 친근한 감정이 오히려 위기가 되고 있는 커플의 이야기로, 세심한 심리 묘사와 사실적인 대사,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가 돋보인다.
'마지막 선물'은 관객의 가슴을 울리기로 작정한 영화다. 난치병에 걸린 딸을 두고 신현준과 허준호가 각기 다른 부정(父情)을 보여주며 연기 대결을 펼친다.
그 밖에 유일한 스릴러물인 '더 게임'이 있다. 신체 강탈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무엇보다 신하균과 변희봉의 변신이 눈에 띈다. 이들은 각각 젊은 신체를 갖게 된 노인과 몸을 빼앗기고 늙은 몸을 갖게 된 청년을 연기한다.
◇외화 '큰 스케일로 승부'
가장 눈에 띄는 외화는 '명장'이다. '첨밀밀'의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전쟁 액션물로, 리롄제(李連杰), 류더화(劉德華), 진청우(金城武) 등 중화권의 스타 3명이 한꺼번에 출연하고 제작비로 400억 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중국 전쟁 액션영화가 국내 관객의 눈길을 꾸준히 끌고 있는 데다 사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으로 기존의 중국 무협영화와도 차별화하고 있는 점도 흥행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연휴 직전에 개봉하는 '찰리 윌슨의 전쟁'은 할리우드 스타 배우가 포진한 호화 캐스팅으로 먼저 눈길을 끈다.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 스캔들 메이커 하원의원과 섹시하고 부유한 로비스트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관련한 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정치 야사'를 좋아하는 할리우드 영화 팬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하다.
그 밖에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끈 '클로버필드'가 이번 주 개봉 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연휴까지 국내 스크린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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