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확인해 미술품 구매의혹 단서 확보할 수도
'삼성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의 25일 새벽 실시한 삼성화재에 대한 압수수색을 놓고 그 목적이 무엇인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이날 압수수색은 언론에 제보된 이 회사의 비자금 조성 및 비밀금고 관리 의혹을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의혹은 그룹 내 자금이 비정상적으로 빼돌려져 뭉칫돈으로 조성됐고 비밀금고가 관리되고 있다는 게 골자라는 점에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과 큰 틀거리에서는 내용이 비슷하지만 자금 조성방법이나 금고 위치 등에서 차이가 난다.
특검팀이 앞서 '비자금 및 비밀금고' 의혹 등의 단서를 찾기 위해 3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큰 수확이 없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라 이날 새벽 '급습형 압수수색'으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할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화재를 둘러싼 의혹은 사고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남은 고객의 보험금을 빼돌리거나 임대됐던 렌터카의 공장 입고 비용 일부를 미지급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 회사가 1년에 15억원 정도씩 2∼3년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용이다.
언론 제보 내용에는 이 회사 22층에 비자금 등을 관리하는 비밀금고가 있다는 것도 들어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검사와 수사관들을 이 회사 건물로 급파해 미지급 보험금 내역이나 렌터카 관리 및 차량 임대 특약 관련 기록 등에 관한 자료를 찾고 있으며 비밀금고가 있다는 이 회사 22층도 수색 중이다.
또한 전산센터 압수수색을 통해 본사에서 이미 치웠을 수 있는 증거들에 대한 백업 자료가 있는지 살피고 보험 및 렌터카 전산처리 기록 등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압수수색이 이런 의혹만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목적이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전날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혹만을 캐기 위해 이튿날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면 비록 새벽에 단행된 조치라고 해도 '뒷북 수색'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또한 삼성화재측에서는 "사고 보험처리는 반드시 당사자와 상대방을 두고 이뤄지고 이들의 자발적 신고가 있어야 진행되므로 보험금을 조작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15억씩 2∼3년간'이라는 비자금 규모도 이미 제기된 '비자금설(說)'에 비해 너무 적은 액수라는 점 등에 비춰 특검팀이 이 의혹뿐만 아니라 또다른 목표물을 염두에 두고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가 그룹 내 미술품 보험을 맡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만 하다.
최근 특검팀은 이른바 비자금을 이용한 이건희 회장 일가의 고가 미술품 구매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를 압수수색하고 수천점의 미술품을 발견한 바 있다.
수사진으로서는 엄청난 양의 미술품들 속에서 '비자금 의혹'과 연결지을만한 작품들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고 삼성측이 작품 목록을 제출하지 않는 등 협조를 얻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보험'이라는 틀로 작품들을 관리하는 삼성화재에서 미술품 구매 의혹을 풀어낼 단서를 찾아보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삼성화재는 특검팀의 또 다른 수사대상인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도 무관치 않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 등은 "삼성화재는 1990년대 후반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전무가 계열사 주식을 매각할 때 해당 주식을 싼 가격에 집중적으로 매입해 준 회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 삼성화재 압수수색이 회사 내의 비자금 조성 의혹 뿐만 아니라 고가 미술품 구매 및 경영권 세습 등 그룹 차원의 의혹들까지도 함께 겨냥한 '다목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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