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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에 쓰러지는 소방관들…화마에, 격무에

입력 : 2008.01.12 13:37|수정 : 2008.01.12 13:37


경기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소방관들이 화마에 휩쓸리거나 격무에 지쳐 쓰러지고 있다.

12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천 냉동창고 화재 진압에 나섰던 이수호(56) 안성소방서 진압대장이 9일 오전 8시20분께 근무 중 두통과 안면마비 증상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이 없다.

이 진압대장은 6일 24시간 근무하고 귀가했다 비번이던 7일 이천 화재로 비상출동해 8일 새벽까지 근무한 뒤 8일 오전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또 다시 정상근무를 하는 등 3일 꼬박 근무했다.

본부 관계자는 "소방관은 24시간 격일 근무인데 이 진압대장은 비번인 날 비상출동을 하느라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3일 연속 근무하게 된 것"이라며 "정년을 2년 남긴 고령에 피로가 누적된 데다 이천 화재 현장의 유독가스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에도 경기도 CJ 이천공장 화재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20대 소방관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당시 동료 소방관들은 "만성적 인력 부족으로 2명이 한 조가 돼 현장 진입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 보니 혼자 들어갔다 변을 당한 것"이라며 소방공무원들의 근무 현실에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번 화재참사가 발생했고 소방공무원들은 또다시 반복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화재 참사의 관할 소방서인 이천소방서 직원들은 화재 진압과 시신 발굴 등 현장 수습 작업이 5일째 계속되면서 탈진해 있다.

더 어려운 것은 잿더미로 가득 찬 먼지와 유독 가스가 섞여 매캐한 공기를 마시며 금새 눈이 맵고 얼굴은 숯처럼 까맣게 변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132명의 이천소방서 직원들은 탈진 상태"라며 "24시간 근무를 한 뒤 다시 이천 화재현장으로 나가 오후 6시까지 시신.유류품 발굴 작업 등을 하고 다음 날 다시 출근해 같은 일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의 임무이고 유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며 힘을 내 보지만 동료들이 하나 둘 쓰러지는 것을 볼 때면 절망감을 느낀다"며 "3교대 근무나 인력보강 요구가 나오지만 상황은 잘 변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2003년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경기지역에서 화재진압이나 출동 중 교통사고 등 공무 수행 과정에서 숨지거나 부상한 소방공무원은 226명에 달한다.

특히 이 가운데 사망자는 2003년 5명, 2004년 1명, 2007년 11월 말 현재 3명 등 9명이다.

사상자 발생 원인을 보면 화재진압 중 사상자가 31.8%(72명)로 가장 많고, 구조.구급이 21.7%(49명), 교육훈련 6.1% (14명), 출동 중 교통사고 4%(9명), 근무 중 과로 3%(7명) 등이 뒤를 이었다.

사망 원인으로는 화재 진압과 근무 중 과로가 각 4건이다.

(이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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